조슈아 벨 "지천명 넘어서도 배운다는 것…음악가로서 큰 행운이죠"

김수현 2023. 5. 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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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표현과 화려한 기교로 40여 년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킨 바이올리니스트.

모두 미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56·사진)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세계 최고 바이올린 연주자로 꼽히는 벨이 5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벨은 "지휘자로 일하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 무대에 오를 때보다 작품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50세 이후에도 배움을 얻는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죠. 음악가로서 놀라운 경험을 얻는 기회를 갖는 건 너무나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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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5년 만에 내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세계 최고 바이올린 연주자'
18·19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쇼송 '시'·비외탕 협주곡 협연
2011년부터 지휘자로도 활동
"작품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섬세한 표현과 화려한 기교로 40여 년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킨 바이올리니스트. 미국 그래미상, 영국 그라모폰상, 독일 에코클래식상 등 세계적 권위의 음반상을 휩쓴 연주자. 모두 미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56·사진)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세계 최고 바이올린 연주자로 꼽히는 벨이 5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18~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마르쿠스 슈텐츠 지휘)과의 협연 데뷔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서 쇼송의 ‘시(詩)’와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5번 등을 들려준다.

벨은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평생을 음악가로 살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얼마나 특별한 시간인지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기를 극복한 인류가 비로소 함께 생활하며 느끼는 특별한 감정과 에너지를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선보이는 작품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비외탕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은 마치 작은 오페라 같아요. 느린 악장은 정제된 아리아 선율을 떠올리게 하죠. 서정적인 선율과 극적인 전개, 강렬한 감정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쇼송의 ‘시’는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고 생각해요. 쇼송이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를 위해 작곡한 곡인데, 나의 스승 요제프 긴골드가 이자이의 제자였다는 걸 곱씹어보면 마치 기나긴 인연의 끈으로 묶여있는 듯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곡이에요.”

벨은 음악적 도전을 즐기는 바이올리니스트로도 유명하다. 존 코릴리아노, 베자드 란즈바란 등 현대음악 작곡가들에게 작품을 부탁한 뒤 청중에게 들려주는 일을 즐긴다. 오는 9월에는 제니퍼 히그던, 에드거 마이어, 케빈 푸츠 등 다섯 명의 작곡가에게 공동 위촉한 작품 ‘디 엘리먼츠(The Elements)’를 세계 초연할 예정이다.

“동시대 음악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연주하는 일은 음악가로서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믿어요. 물론 추구하는 음악적 기준은 있습니다. 누군가는 보수적이라고 하겠지만 모든 음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음악,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면에서 무조 음악이나 지나치게 난해한 음악과 저는 거리가 있을 수 있죠. 현대의 가치를 담으면서도 심미적인 곡을 쓰는 작곡가를 찾아 협업하는 일에 계속해서 열중하고 싶습니다.”

벨은 연주자 외에 직업이 하나 더 있다. 2011년 영국 명문 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10년 넘게 지휘자로 일하고 있다. 벨은 “지휘자로 일하면서 바이올리니스트로 무대에 오를 때보다 작품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50세 이후에도 배움을 얻는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죠. 음악가로서 놀라운 경험을 얻는 기회를 갖는 건 너무나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벨은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한국의 청중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넘쳐요. 관객 연령층도 낮아서 에너지가 남다르죠. 다른 나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흥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한국은 사정이 허락하면 매년 방문하고 싶은 나라에요. 이번 공연에서 음악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감정이 고양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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