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계약 파기·브라질산 수입 확대···中 식량 '脫미국' 빨라진다
우크라戰 여파 농산물값 급등하자
중남미·阿 등으로 수입선 다변화
中 옥수수시장 美 점유율 반토막
자급률도 10년내 88%로 확대 목표
글로벌 곡물시장 지각변동 가능성 하>
미국과 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움직임이 첨단기술 산업은 물론 식량 분야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미국산 농산물 의존도를 크게 낮추자 일각에서는 신냉전 구도가 식량 분야로까지 확장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부쩍 식량안보에 집중한 중국공산당은 최근 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우방국 위주로 곡물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식량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이 식량안보 강화에 속도를 낼 경우 국제 식량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라질, 中 2위 옥수수 공급원으로 급부상
중국 세관총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브라질은 우크라이나를 제치고 2위 옥수수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중국의 전체 옥수수 수입량 752만 톤 중 브라질산은 약 216만 톤(28.8%)을 차지했다. 미국이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비중은 지난해 72%에서 올해 37.8%로 반토막이 났다.
2020~2021년 수확기까지만 해도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중국이 해외에서 들여온 옥수수 중 각각 70%, 26%를 차지한 부동의 1·2위 국가였다. 반면 브라질은 중국 당국의 품질 문제 지적으로 9년 가까이 판매 허가조차 받지 못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1년 전으로, 지난해 5월 양국 정부가 병충해 대비·위생 검증 문제 등을 합의하며 거래가 재개됐고 브라질은 주요 교역국으로 급부상했다.
중국의 옥수수 수입 구조가 급변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전략 경쟁 심화 등 국제 환경 변화를 배경으로 한다. 중국공산당은 개전 이후 전 세계 곡물 가격이 요동치고 미중 관계가 악화하자 식량안보를 빈번히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해 말 “자력에 의지해 밥그릇을 든든히 받쳐 들어야 한다”며 생산 자립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 ‘식량 자급자족’을 달성하되 그 전까지 서방 식량 의존도를 낮추고 우방국 위주로 수입 경로를 재편함으로써 미국 농업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아프리카·중남미 곡물 외교 확대···美中 농산물 거래에 찬물
중국의 ‘곡물 외교’는 미국과의 거래 파기와 맞물린다. 이달 4일 우방국인 남아공에서 처음 수입한 사료용 옥수수의 1차 선적분 5만 3000톤이 중국에 도착했다. 거래를 주도한 중국 국영 중량그룹(COFCO)은 성명을 통해 남아공 43개 옥수수 농가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며 조달량을 늘리고 정기 운반선 운행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남아공과의 거래를 트자마자 미국산 옥수수 주문은 취소됐다. 수입 경로 다변화 정책의 기저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농무부가 4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수입 업자 측은 지난달 마지막 주 미국산 옥수수 56만 2000톤의 주문을 취소했다. 그 여파로 주간 옥수수 수출량은 1999년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美 대두와 필사적 ‘거리 두기’
해외 수입 의존도가 특히 높은 대두(콩)는 옥수수에 앞서 우방국 위주로 공급망이 재편된 상태다. 현재 최대 공급국은 브라질이지만 이전에는 미국과 점유율이 비등한 수준이었다. 변화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일어났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 보복성 관세 폭탄을 쏟아내면서 미 농산물의 경쟁력은 대폭 떨어졌고 브라질산 대두가 빈자리를 차지했다. 그 결과 2018년 중국의 전체 대두 수입량 중 브라질산 비중은 무려 80%에 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두가) 미중 갈등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무역 상품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옥수수 역시 지속적으로 미국산 의존도를 낮추며 ‘제2의 대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펑톈 중국 인민대 농업농촌발전학원 교수는“(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에 식량은 (컴퓨터) 칩 다음으로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곡물 자급률 확대···글로벌 곡물시장 지각변동 예고
중국은 더 나아가 외풍에 영향을 받지 않고 ‘밥줄’을 완전히 보호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서방이 반도체는 물론 식량에도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농업농촌부가 지난달 공개한 ‘중국 농업전망 보고서(2021~2032)’에 따르면 중국은 곡물(쌀·밀·옥수수·콩 등) 자급률을 현재 82%에서 10년 내에 88.4%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입은 지난해 1억 4690만 톤에서 올해 1억 2200만 톤까지 줄인다. 품목별 계획도 마련했다. 현재 20% 이하인 대두 자급률을 연평균 7%씩 높여 2032년 30%를 달성하고 옥수수 역시 자급률 96.6%를 이룬다는 방침이다. 쌀 수출량은 10년간 24% 이상 증가로 잡았다.
중국의 식량안보 계획이 글로벌 곡물 시장 전체를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현재 국제 대두 교역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대두 수입 감소는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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