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서울 한복판서…건설노조 '민폐집회'
노조 탄압 중단 등 요구
주최 추산 5만5천명 집결
경찰 100개 중대 배치에도
시내는 대낮부터 교통대란
시민들 극심한 불편 겪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장옥기)이 평일 오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도심 곳곳에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노조는 야간 행진 및 도심 노숙을 하며 1박2일간 집회를 벌였다. 노조가 노숙 집회를 강행하면서 이틀 내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16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지난 1일 분신으로 사망한 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 씨를 추모하고 노조 탄압 중단,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5만5000명이 집결했다. 이들은 오후 1시 30분에 서울 서대문역과 고용노동청 등에서 사전집회를 연 뒤, 오후 2시부터 시청역 앞에서 본집회를 진행했다.
본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노조원들은 "열사정신 계승하고 건설노조 사수하자"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건설노조는 투쟁 결의문을 통해 "오늘 우리는 건설노동자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짓밟고 누명을 씌우며 건설노조 죽이기를 멈추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정권과 그 하수인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윤희숙 진보당 대표,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 등이 참석해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박 의원은 "돌아가신 양회동 지회장이 나와 동갑이다.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가슴이 아팠고 죄송했다"며 "양 지회장의 죽음은 윤석열 정부가 행한 국가 폭력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집회가 끝난 뒤 오후 6시에 '4개 종교 추모기도회'가 열렸다. 오후 7시부터는 양씨에 대한 추모와 '10·29 이태원 참사 200일'을 맞아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추모 촛불문화제가 막을 올렸다.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건설노조 소속 노조원 2000여 명이 용산 삼각지 방향으로 야간 행진에 돌입했다. 이외 인원들은 집회가 열린 곳에서 머무르며 노숙을 이어갔다. 경찰은 혼잡을 우려해 야간 행진 금지를 통고했지만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이 2000명 이하 참가 등을 조건으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상황이 달라졌다. 노조원은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용산구 전쟁기념관으로 행진할 수 있게 됐다.
대규모 인원이 모인 집회로 세종대로 앞 6개 차로가 통제되며 인근 지역에는 극심한 교통 혼잡 상황이 펼쳐졌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병력 100개 중대 6000명을 배치하며 교통 및 안전 관리에 나섰지만 교통 혼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존 10개로 운영되던 차로가 4개만 운영되면서 점심시간 시청역 인근의 교차로는 오가는 차들로 도로가 꽉 막혀 정체가 오랜 시간 계속되기도 했다. 교통 통제와 소음으로 시민들은 큰 불편을 호소했다. 시민 이 모씨(29)는 "평소 5분이면 갈 거리인데, 도로가 꽉 막혀 30분이나 걸렸다"고 전했다. 광화문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윤 모씨(60)도 "밤까지 (집회가) 계속된다고 알고 있는데 저녁 퇴근길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후 6시가 넘어가자 노조원들은 결의대회가 열린 시청역 인근에서 치킨, 족발 등 각종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근처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 와 통행로 한구석에서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돗자리에 누워서 자는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통행로는 남겨놓은 상태여서 통행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거리에서 식사를 하고 담배를 피우며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밤이 깊어지며 건설노조가 계획한 일정이 모두 끝나자 집회에 참석했던 노조원 다수가 도심 곳곳에서 돗자리를 펼치고 집회를 이어갔다. 노조원들은 시청역 광장, 정동길, 덕수궁 앞, 청계천 등에서 침낭을 펼치고 노숙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이 걷는 데 방해를 받기도 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집회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를 해체하고 양씨와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는 윤희근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경찰청 민원실에 제출했다. 양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는 김중배 전 MBC 사장, 신학철 백기완재단 이사장,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 등 3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양씨의 죽음에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안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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