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가 망친 아르헨, 살인물가에 '금리 97%'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2023. 5. 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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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대선 앞두고 현금 살포
가뭄 겹쳐 4월 물가 109% 쑥
페소화 값 한주 새 20% 뚝
악순환 속 정부 부채 급증
위안화 사용 늘려 中에 SOS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마트를 찾은 고객이 식품 가격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가 기준금리를 역대급으로 올리며 물가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중도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추구한 포퓰리즘의 결과로 나타난 인플레이션이 통제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준금리를 극단적으로 인상하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막대한 정부 부채 상환 부담도 추가돼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아르헨티나 경제의 앞날이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살인적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97%로 끌어올리며 긴급 조치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상승률이 109%에 달하는 높은 물가와 이에 따른 환율 하락의 고육지책으로 기준금리를 6%포인트 상승한 97%로 끌어올렸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금융 변동성이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높이는 동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다음주 외환시장 개입과 물가 하락을 위한 수입 촉진 등 다양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 3월에 한 번, 4월에 두 번 올렸지만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8.8% 오르며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식료품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껑충 뛴 가운데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식량 수출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르헨티나에 흉작은 치명적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생활비는 연초 대비 31% 상승했다. 물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 외에 위안화 결제 확대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상승에 따른 달러 보유량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페소화 가치는 4월 중순 한 주 동안 20% 하락했고, 이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81%이던 기준금리를 91%로 10%포인트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물가와 환율이 모두 잡히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29일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대외 무역에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중국산 수입품 10억달러 이상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했는데, 이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에 합의된 차관 지급을 앞당기도록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현 정부가 10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환율 방어에 필사적이라고 분석했다. 현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공공요금 동결, 무이자 할부, 가계별 현금 지급 등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나친 확대 재정 정책으로 물가가 치솟고 경제가 나빠지면서 국민 지지도가 하락하자 경기 침체 극복이 절실한 상황에 처했다.

금융업계와 경제학계에서는 금리 인상과 외환 개입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 부채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캐나다 싱크탱크 CIGI에서 근무하는 엑토르 토레스 전 아르헨티나 외교관은 FT에 "아르헨티나는 이미 외환보유액이 바닥났고 IMF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시도는 무모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투기꾼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에 돈을 걸도록 유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외환시장과 가격 통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투자를 억제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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