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자의 보석` 2700억원에 낙찰…엘리자베스 테일러 기록 깼다

나치 독일서 부 쌓은 독일 사업가 아내 소장품
개인 보석 소장품 경매 사상 최고가에 팔려
유대인 단체들 "재산 출처 조사해야"

루비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카르티에 반지. [EPA=연합뉴스]

경매에 나온 90캐럿짜리 목걸이. [AP=연합뉴스]

개인 보석 소장품 가운데 최고가 경매 낙찰 기록이 나왔다. 나치 독일에 부역하면서 부를 쌓은 독일 사업가의 부인이 소유한 보석 컬렉션이 경매에서 모두 2억200만달러(약 2700억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는 종전 최고가인 할리우드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보석 소장품이 지난 2011년 세운 1억1600만달러(약 1500억원)의 2배에 가까운 기록이다.

15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경매에 나온 총 700여점의 보석 중, 지난 10일과 12일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오프라인 경매와 15일 마감된 온라인에 일부가 부쳐졌다

첫날 경매에 나온 보석들이 이미 총 1억5500만달러(약 2000억원)에 낙찰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나머지 보석에 대한 경매는 오는 11월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보석 주인인 오스트리아 억만장자 하이디 호르텐은 지난해 81세로 숨졌다. 사망 당시 그의 재산은 약 30억달러(약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추산했다.

그녀는 첫 남편인 헬무트 호르텐이 1987년 사망한 뒤, 10억달러(1조3000억원)를 상속받았다. 독일 사업가인 헬무트 호르텐은 나치 독일하에서 강압에 의해 매각된 유대인 소유 공장 등을 인수하며 부를 쌓은 나치 부역자로 알려져 있다.

CNN은 호르텐 부부의 재산 출처에 대한 유대인 단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매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미국유대인위원회(AJC)는 경매에 앞서 호르텐 부부의 재산 출처를 조사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이뤄질 때까지 경매를 보류할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이달 초 발표한 성명에서 헬무트 호르텐을 유대인들의 절박함 등을 악용한 파렴치한 사업가라고 표현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교육재단도 이번 경매가 홀로코스트 희생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경매를 주관한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온라인 경매 카탈로그를 통해 "호르텐의 재산 출처는 공공 기록의 문제이며 전 남편인 헬무트 호르텐의 사업 관행이 잘 문서화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는 또 "경매 수수료의 상당 부분을 홀로코스트 연구와 교육에 기여하는 단체들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경매 수익금은 '하이디 호르텐 재단'에 전달된다. 이 재단은 그녀가 생전에 오스트리아 빈에 설립한 박물관과 의학 연구, 아동 복지, 자선 활동 등을 돕고 있다.

그녀의 보석 컬렉션이 경매에서 당초 예상가를 뛰어넘는 기록을 세웠지만 몇몇 보석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낙찰됐다고 CNN은 전했다.

루비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카르티에 반지는 낙찰가가 2000만달러(약 267억7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450만달러(약 194억원)를 약간 웃도는 금액에 낙찰됐다. 90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예상가보다는 낮은 700만달러(약 93억6000만원)에 팔렸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