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조사위 '마지막 대국민 보고회'…암매장 유해 12기 발굴(종합)
군기록 확보·책임자 규명 등 미진…"남은 기간 최선"
(광주=뉴스1) 서충섭 최성국 이수민 기자 = 올해 공식 조사를 종료하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16일 사실상 마지막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그동안 감춰져왔던 '80년 5월 진실규명'에 한발짝 더 접근했다.
조사위는 5·18행방불명자 암매장지 발굴, 계엄군의 잔혹한 시민 학살, 5·18유족에 대한 후속 탄압 등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육군의 일부 기록 은멸 등에 따라 핵심문서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것을 밝히며 5·18 학살 책임자 규명은 여전히 미완의 진실로 남겨뒀다.
◇3년5개월의 공식 조사…참혹한 계엄군의 만행
5·18조사위가 이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발표한 대국민 보고회를 종합하면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의 무력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실탄이 분배됐다'는 전두환 신군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조사위는 "1980년 5월21일 오후 1시쯤 시위대의 화염병 투척, 장갑차 돌진 이후 이뤄진 계엄군의 집단 발포 이전에 이미 일부 병력에 실탄이 분배됐었다"고 밝혔다.
계엄군은 그동안 집단발포가 이뤄진 21일 오후 1시 이전에 실탄이 분배되지 않았으며, 시민들이 차량 돌진공격을 하고 나서 계엄군측 사상자가 발생하자 철수하는 31사단 경계병력들에게 실탄을 넘겨받아 가까스로 발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화염병을 투척하기 전날인 5월20일부터 이미 장갑차 기관총에 실탄이 장착됐다는 진술이 확보됐다.
계엄군 진압작전을 재구성한 결과 광주·전남 일대 최소 20곳 이상에서 50여회 이상의 계엄군 발포가 있었다.
이같은 계엄군의 총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35명이며, 총상 부상자는 최소 300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머리와 가슴 등 치명적 부위에 총격을 당했다.
조사위는 사망자들의 사망 경위, 원인, 장소, 날짜 등에 대한 세부적 조사를 시행한 결과 '저항 능력이 없거나 시위와 무관한 다수의 민간인'도 계엄군의 폭력 진압에 사망한 점도 확인했다.
사망자 중에는 14세 이하의 미성년자가 8명, 여성이 12명, 장애인과 60세 이상의 노령자 5명이 포함됐다.
그동안 사망 경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강모씨 등 동운동·운암동 거주 민간인 4명은 80년 5월23일 31사단 경비대의 광주변전소 확보 작전 과정에서 희생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교도소 구금자 조모씨의 사인도 20사단 62연대가 광주교도소 작전지역을 인계받은 후 가혹행위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후 항전지'였던 전남도청 시민군을 총칼로 무력진압한 계엄군이 작전 종료후에도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증언도 확보됐다.
프랑스 사진작가 패트릭 쇼벨은 5월27일 계엄군이 전남도청 인근의 YMCA 건물에 은신해 있다 밖으로 나온 김종연씨를 사살한 장면을 증언하며 사진 자료를 조사위에 넘겼다.
전두환 신군부는 5·18 피해자를 탄압하기 위해 망월묘역을 파헤치는 등 조직적인 인권탄압까지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단체를 온건파와 강경파로 분열시키는 이른바 '비둘기 공작'이 실행됐으며, 강경파에 대한 지속적인 사찰, 불법감금, 납치 행위가 자행됐다.
5·18 관련 강제징집자 등 녹화사업 피해자는 최소 200명이 넘는 규모인 것으로 확인했다.
◇암매장 관련 계엄군 증언 확보…유골 12기 발굴
조사위는 계엄군에 의해 암매장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다수 발굴하는 성과도 거뒀다.
조사위는 계엄군 56명으로부터 본인들이 광주 외곽 봉쇄 작전 중에 사망한 민간인 시체 매장을 지시하거나, 직접 실행, 목격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중 제보 내용과 계엄군 증언이 중복되는 사례와 지형지물이 완전히 바뀌어 발굴할 수 없는 현장을 제외한 17개소에 대해 지표조사와 유해 발굴을 진행한 결과 총 12기의 유해를 찾아냈다.
9기는 각각 영암 공동묘지 제보 현장 6기, 해남 우슬재 인근 2기, 광주교도소 앞 야산 1기 등이다.
조사위는 지난 14~15일 해남 예비군 훈련소 인근 야산에서 지표조사를 하던 도중 3기의 유해를 추가 발굴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발굴한 총 12기 유해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 행방불명 유가족과 대조한 뒤 올 하반기 종합적인 최종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라며 "암매장 추정지 30개소 가운데 6개소에 대한 암매장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육군 기록 은멸…5·18 책임자 조사 성과 미진
3년5개월간 군부대의 각종 기록을 살펴온 조사위는 육군의 일부 기록이 은멸됐다면서 진상 규명을 위해 압수수색 등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육군본부, 전투병과교육사령부, 특수전사령부, 20사단, 31사단 등 진압 작전 관련 부대가 작성한 핵심문서는 영구 또는 준영구로 보존돼야 함에도 대부분 행방이 묘연했다.
조사위는 "당시 문서 작성 관계자를 찾아 관련 사실을 확인하는 중"이라면서 "때에 따라서는 압수수색 등의 법적 조치도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18 발포 책임자를 가리는 조사에서는 한계를 나타냈다.
조사위는 "핵심인사와 지휘관들은 조사 과정에 성실히 임했다"면서도 "발포와 관련해선 대부분 부인으로 일관했고, 그 중 일부는 최근 사망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5·18당시 공수특전사령부 작전참모였던 장세동씨 등에 대한 진술조사를 진행한 조사위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다른 직보라인을 가지거나 여러 라인을 통해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5·18 발포 책임소재를 밝힐 수 있는 확증적인 증언 또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조사위는 "미해결 쟁점과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 누구나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차검증을 통해 확실한 증거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법이 허락하는 모든 권한을 동원해 국민 여러분께서 알고 싶어하는 총체적인 진실을 확인하고자 했다. 남은 기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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