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제도 수명 다해···새로운 임대시장 판 만들것"

한동훈 기자 2023. 5. 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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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나 역전세로 피해를 본 주거 시장 약자의 불안과 고통을 줄이지 못한 게 제일 마음이 무겁습니다."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자 간담회에서 취임 1주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가장 신경이 쓰인다고 답한 것은 임대차 시장의 안정이었다.

원 장관은 "임대차 3법 폐지가 답은 아니지만 전세제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전월세 전환율이나 (임대차) 가격, 기간을 억지로 꿰맞추는 억지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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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억지성 없애야
임대인 대출 완화 금융당국과 공감
"매매시장 경착륙 우려 해소됐지만
상승 반전은 시기상조" 평가
"미분양 인위적 개입 없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토부
[서울경제]

“전세사기나 역전세로 피해를 본 주거 시장 약자의 불안과 고통을 줄이지 못한 게 제일 마음이 무겁습니다.”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자 간담회에서 취임 1주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가장 신경이 쓰인다고 답한 것은 임대차 시장의 안정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전세사기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들까지 나왔으며 올 상반기부터 역전세 쓰나미로 임대·임차인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원 장관은 일단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응급처방 정책을 신속하게 시행하면서도 전세사기를 예방할 새로운 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손질과 전월세신고제 1년 추가 유예 방침 등을 밝힌 것은 그 일환에서 나온 것이다. 원 장관은 “임대차 3법 폐지가 답은 아니지만 전세제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전월세 전환율이나 (임대차) 가격, 기간을 억지로 꿰맞추는 억지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며 “에스크로제도(금융사에 전세금 예치) 도입, 한국거래소와 같은 부동산 거래소 설립 등의 다양한 대안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전세 문제를 제대로 판 위에 올려서 큰 그림을 짜보자는 각오”라고 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해 9월부터 주택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진행하는 용역 결과는 내년 1월 이후 나온다. 국토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해 주택임대차제도에 대한 종합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대출이 막혀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임대인들과 관련해 원 장관은 금융 당국과 어느 정도 규제 완화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임대인 보증금 반환용을 위한 대출을 터 주는 것을 금융 당국과 공감하고 있다”며 “금융 당국이 시뮬레이션을 하면 국토부가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부동산 매매 시장에 대해서는 “경착륙 우려는 해소됐지만 추세적인 상승 반전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서울 등 일부 국지적인 곳에서 가격 상승이 발생할 수 있지만 추세적인 흐름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다만 고금리 기조 및 미분양 우려 확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 증가 등으로 인허가 및 착공이 연기돼 분양이 미뤄져 향후 3년 안에 공급 위축에 따른 집값 폭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를 철저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미분양 증가에 대해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원 장관은 “전국 미분양 주택 숫자가 9만 선을 기록하다가 일부 해소되고 있으며 갑자기 몇 개월 내 더 늘어난다는 지표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PF 연체비율이 약간 늘어난 게 사실인데 부동산 시장이 경색될 것이라고 과도한 경고 신호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미국발 사무용 빌딩 공실률 증가가 금융 부실로 전이돼 국내 건설 기업들이 환율 및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현 금융 안전망 등으로 충분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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