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낙인찍는 한동훈···참여연대에 또 맹공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참여연대에 또 맹공을 퍼부었다.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 때 참여연대 출신 인사가 다수 발탁된 점을 들어 참여연대를 ‘비정상’으로 규정했다.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의 처신이 적절했는지 여부와 별개로, ‘소통령’ ‘왕장관’으로 불리는 실세 장관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시민단체를 ‘비정상’으로 낙인찍어 공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부적절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참여연대 공화국이라고 불렸던 지난 5년 외에도 모든 민주당 정권에서 참여연대는 권력 그 자체였다”며 “청와대나 장·차관급만 문제되는 게 아니라 박원순·이재명 시기 경기도·서울시 각종 위원회에 참여연대가 정말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의 핵심은 정부와 선을 긋는 독립성”이라며 “정치적 지지를 해주는 대가로 권력으로부터 자리를 제공받는다면 공익에 도움이 되는 정상적인 시민단체라 생각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한다”고 했다. 그는 “강력한 정치단체와 맞서는 것은 ‘너만 손해’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많이 있지만, 공직자가 공익을 위해 할 일을 하다 손해를 보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의 참여연대 공격은 지난 10일 참여연대가 ‘교체해야 할 공직자 1위는 한 장관’이라는 내용의 시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시작됐다. 한 장관은 같은 날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가 왜 중립적인 시민단체인 척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11일, 12일에도 참여연대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참여연대가 한 장관의 비판을 반박하자 이날 한 장관이 재반격에 나선 것이다.
설령 어떤 시민단체의 활동에 문제가 있더라도 시민사회 내의 비판과 토론을 통해 해소해야지 현직 장관이 며칠씩 공개 저격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장관은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단체’라고 참여연대를 비난했지만, 정작 한 장관의 이런 행태야말로 스스로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가 아니라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매김하는 셈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장관이 수사한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유죄로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문에서 박정화·민유숙·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제7조1항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공직자는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나 세력 등에 대한 중립성과 등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주관성과 자의의 금지를 요구받는다”며 “특정 정치적 견해나 성향 등이 헌법질서에서 자유롭게 공존할 수 있는 것임에도 국가권력이 그와 반대의 입장에서 오직 특정 정치적 성향이나 입장 등을 부정, 배제하려는 의도로 자신의 공적 권한을 행사한다면 헌법 7조 위반이고 국가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 신뢰는 상실된다”고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민사소송을 주도한 강신하 변호사는 “시민단체의 본래 역할은 비판이고,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게 블랙리스트 판결의 취지”라며 “(현 정권에서) 최고 권력자나 다름없는 한 장관이 시민단체를 비난하는 것은 시민단체를 위축시키고 억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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