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빼돌려 자녀 집 사고 손녀 유학 … 횡령백화점 된 시민단체
감사원이 16일 공개한 비영리 단체 횡령 사례는 고질적 병폐가 된 국고보조금 비리의 전형이다. 허위 경비를 지급했다 되돌려 받고, 가족이 단체에서 일한 것처럼 속여 인건비를 지급하는 등의 수법이 동원됐는데, 국고보조금을 ATM(현금인출기) 정도로 여긴 듯한 태도에 말문이 막힌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부터 6개월간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감사를 벌였는데, 10개 단체의 조직적 횡령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횡령·사기 등 혐의로 73명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고, 횡령을 도운 거래 업체와 직원들도 수사 참고사항으로 송부했다. 이들이 빼먹은 국고보조금은 총 17억4000만원으로, 형사처벌은 물론 보조금 회수 등을 통해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회계직원·지인과 공모해 허위로 강사료를 지급했다 돌려받는 방식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했다. 강사료 지급 횟수만 400회가 넘는다. 이 간부는 현수막·영상 제작 업체에 물품·용역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도 7억4500만원을 횡령했다. 호텔리조트에 대관료로 4000만원을 지급한 후 행사 비용으로는 400만원만 쓰고 나머지는 자신과 가족들이 30회에 걸쳐 시설을 이용했다. 직원이 아닌 자신의 며느리에게 46개월 동안 60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렇게 횡령한 금액은 총 10억5300만원에 달했고, 국민 혈세는 이 간부 자녀의 주택 구입과 손녀의 말 구입비·유학비 등으로 줄줄 새 나갔다. 횡령 백화점 수준인데, 이렇게 사익 추구에 혈안이 된 인사가 단체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공익 활동에 전념했을 리 만무하다.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은 2016년 3조5571억원에서 2022년 5조4446억원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급증했지만, 제대로 된 검증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반기부터 1억원 이상의 국고보조금 사업은 외부 회계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보조금이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 회계처리는 투명한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인 국고보조금을 사적 용도로 취하는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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