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캔슬 컬처 금지법
샘 오취리는 가나 출신 방송인이다. 그는 2020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제의 사진을 게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팬이 많았다. 그는 한 고등학교 졸업행사 사진을 올리며 흑인을 비하했다는 글을 달았다.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행위가 역풍을 맞았다. 해시태그로 K팝을 비난하는 문구를 사용하고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한 '실수'가 기름을 부었다. 비난 여론이 확산되며 한국에서 그의 방송 인생은 끝날 위기를 맞았다. 그는 올 2월 한 방송에 나와 그때 일을 사과했다. 하지만 해외 유튜브 채널에서 다른 속내도 털어놓았다. "대한민국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내가 말할 자격이 있다고 느꼈던 것이 그렇게 심하게 거부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강하게 삭제됐다." 그가 언급한 삭제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에서 유래한 말이다.
캔슬 컬처는 '취소 문화'라는 직역만으론 정확한 뜻을 알기 어렵다.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나 행위를 했을 때 SNS 폴로를 끊어 지지를 철회하는 집단행동을 의미한다. 인종 편견과 성차별, 소수자를 혐오하는 언행을 했을 때 SNS에 '당신은 삭제됐다"는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에서 시작됐다. 캔슬 컬처 대상이 되면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순간의 실언이나 실수로 '캔슬'된 연예인과 정치인은 매우 많다. "캔슬 컬처가 이념적·정치적 소신을 표현하지 못하게 막는다"며 불만을 털어놓는 유명 인사들도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캔슬 컬처 금지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또 다른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과도한 캔슬 컬처는 '나와 다른 것'에 공감하지 못하고 인기가 생명인 유명인을 사정없이 몰아붙이는 각박한 사회 분위기 탓이다. 법으로 막을 일이 아니라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민주주의 소양을 키우는 교육이 근본 해결책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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