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의 과학기술 NOW] 생명과학계에 들이닥친 뉴 패러다임
IT 융합한 디지털바이오 출현
유전자 분석·DNA 시퀀싱에서
대사공학·합성생물학까지
전대미문의 기술확장과 도약
생명체의 전체와 일부를 관찰하고 환경 변화에 따른 생명체 변화를 탐구하거나 해부학적인 연구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생명과학은 DNA 염기서열을 밝히는 기술, DNA를 자르고 붙이는 효소들의 발견과 재조합 DNA 기술, PCR에 의한 DNA 증폭 기술, DNA 합성 기술 등 기술의 발전으로 연구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급속히 발전했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로 인슐린, 인간성장호르몬, 빈혈치료단백질 등 다양한 치료용 단백질들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돼 질병 치료와 인류 건강에 큰 기여를 했다. 그 후에도 크리스퍼 카스 기술, 작은 RNA 기술 등 다양한 유전체 조작 도구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돼 생물체를 훨씬 더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바이오 분야에 더 큰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데 생물학에 컴퓨터과학, 정보기술,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관련 기술들이 융합된 디지털바이오의 출현이다. 디지털바이오의 목표는 생명체의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수학,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학적으로 개량해 의료, 제약, 식품, 바이오산업 등에서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다. 디지털바이오의 핵심 기술 중 첫 번째는 고속 저비용 유전자 분석과 DNA 시퀀싱이다. 급속히 낮아진 비용과 고속 염기서열 분석 기술의 발전 덕분에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지구 바이오게놈 프로젝트가 2018년에 시작됐다. 이는 10년간에 걸쳐 약 180만종의 진핵생물 유전체를 밝히겠다는 엄청난 다국적 프로젝트다. 지난 4월 말에는 240종의 포유류 유전체 서열을 분석 비교한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11편의 논문들로 발표되기도 했다. 또한 사람 유전체도 개인별로 분석해 기능과 특성을 파악하고,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 예방,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 핵심 기술은 생물정보학과 인공지능 기술이다. 생물정보학은 생명체의 유전 정보와 분자 구조 데이터를 수집·저장·분석하는 학문 분야다. 유전자 서열, 단백질 구조, 대사산물, 대사회로, 전사 조절 네트워크 등 복잡한 생물학적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컴퓨터 알고리즘과 통계 기법이 활용된다. 이를 통해 유전자 기능 및 상호 작용, 질병의 원인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신약 개발 등에 이용할 수 있다. 대량의 생물학적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는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유전자 서열 분석, 단백질 구조 예측, 대사 회로 설계 등의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질병 진단, 신약 개발, 개인 맞춤형 치료, 미생물 세포공장 설계 등을 함에 있어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세 번째는 이들 모두가 통합된 합성생물학과 대사공학이다. 합성생물학은 유전자를 설계·합성·조작해 원하는 기능을 갖는 생명체와 그 일부를 만드는 기술이다. 합성생물학보다 먼저 발전하기 시작한 대사공학은 생명체의 대사 및 조절회로를 재설계해 화학물질, 에너지, 플라스틱, 의약물질, 식품소재 등을 고효율·친환경적으로 생산 가능하게 한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바이오 제조의 핵심 기술이다.
디지털바이오는 이러한 핵심 기술들과 블록체인, 클라우드컴퓨팅, 센서 기술 등 다양한 기술들이 추가적으로 융합돼 생명과학과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 및 기술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다. 인류의 건강과 복지 향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속 가능한 화학산업으로의 전환, 새로운 산업 분야 창출 및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미래의 성장동력 핵심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디지털 강국의 DNA를 이어받아 디지털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해야 할 때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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