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전에서 풍력·가스터빈까지...40년 구슬땀 맺힌 두산 창원 공장 가다

이한얼 기자 2023. 5. 16. 17: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1.5배 축구장 660개 규모 위용...소형모듈원전 전진지기로 진화중

(지디넷코리아=이한얼 기자)(경남 창원=이한얼 기자)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을 계기로 원전 산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 지금은 준비 단계지만 국민에게 에너지를 잘 전달하는 게 핵심 목표다."

기저 전원인 원전 산업을 위해 30년간 묵묵히 구슬땀을 흘려온 이동현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원자력BG 공장장의 당찬 포부다. 

두산에너빌리티창원공장 전경

돝섬의 호젓한 자취 뒤로 드넓게 펼쳐진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은 중화학 산업이라는 막중한 임무 만큼이나 천혜의 요새와 같은 입지를 자랑했다. 마산만이 공장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마산만을 중심으로 마주한 가포신항도 육중한 위용을 자랑했다. 창원과 마산을 이어주는 젖줄 마창대교도 인접해 쉴 새 없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11일 기자가 방문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은 지난 1982년 준공돼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가 기간 산업의 핵심 축을 담당해왔다. 전체 면적만 430만제곱미터에 달하는 창원 공장은 여의도의 1.5배, 축구장 660개 규모로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협력사를 포함해 약 5천여 명이 일하고 있는 창원 공장은 원전 산업을 위한 산업 단지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해상풍력, 가스터빈과 수소터빈 제작 등 친환경 에너지 단지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풍력2공장 전경

기자가 제일 처음 찾은 풍력공장은 1공장과 2공장으로 나뉘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었다. 2공장에서 풍력발전기의 핵심 기자재인 나셀과 허브를 조립하고 1공장에서 소조립과 성능테스트를 거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05년 풍력 사업을 시작해 2천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비도 지원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300억원 규모의 부유식 국책과제도 진행 중이다.

너셀과 허브는 중량만 각각 260톤과 40톤에 달할 정도로 육중한 규모다. 풍력발전기의 허브가 1천200회를 돌며 전기를 생산해낸다. 풍력발전기의 심장인 풍력터빈은 최소 3m/s에서 작동하고 최대 25m/s에서 운전을 정지한다. 기상탑이 탑재돼 있어 작동 비작동 여부가 전자적으로 제어된다고 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상무가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또 다른 자랑은 가스터빈 공장이다. 흔히 가스터빈은 발전 용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항공기를 비롯해 수소터빈으로까지 무한대의 진화가 가능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최초로 발전용 가스터빈(270MW급)을 개발해냈다. 지난해 서부발전 김포 열병합발전소와 가스터빈 공급계약도 체결하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가스터빈의 핵심 구성품인 로터 조립체

이상언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BG 상무는 "국내 가스발전 터빈 시장은 100% 외산을 사용하는 상황이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가스터빈을 개발한 건 국산화 에너지 안보에 기여했다고 단언한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독자 개발한 발전용 가스터빈은 올해 중부발전의 보령신복합화력에 납품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270MW에 더해 380MW 규모도 개발 중에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단조공장에 설치된 17000톤 프레스기가 신한울 3∙4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단조 소재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수주로 활기를 띄는 원자력 공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창원 공장에서도 설비 중량이 단연 높았다. 800톤, 1천톤 규모의 트레인은 물론 1천700톤의 프레스기는 가히 압도감을 느끼게 했다. 현재까지 1천400MW의 대형 주기기 제작과 원자로, 증기발생기는 물론 이 두 기기를 이어주는 냉각재펌프도 제작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력 공장은 원전의 차세대 대안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전진지기로도 진화 중이다. 미국의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와 손잡은 두산에너빌리티는 이곳 창원 원자로 공장에서 내년 2월부터 SMR에 들어갈 소형모듈러를 제작하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원자력공장에서 직원이 교체형 원자로헤드를 살펴보고 있다.

신고리 3·4호기 주기기 제작을 시작으로 오는 2025년이면 이곳 원자력 공장은 원전 물량으로 100% 가동을 시작할 거라는 게 이동현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 공장장의 설명이다.

지난 1996년 쌍용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 전신)에 입사해 자신의 삶이 곧 원전·에너지 사업이었던 이 공장장은 짤막한 자신의 탄소중립에 관한 견해도 표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 대체 수단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탈탄소가 마치 원전을 줄이는 것처럼 보여서 안 된다. 국민들이 원전도 탄소중립을 맞이하는 전원이라는 개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eol@zdnet.co.kr)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