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째 묻힌 행불자 진실 찾아서' 5·18 암매장 추정지 조사 속도

변재훈 기자 2023. 5. 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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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5·18진상규명조사위, 유해 9기 발굴·신원 대조 중…해남서 3기 추가
광주교도소 암매장 규명은 아직…"가매장 사체 옮겼다" 증언 검증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송선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열린 대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5.16. kch0523@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펼쳐지고 있다.

목격 제보·기록 검토를 토대로 매장 추정 지역에서 발굴한 유해 12구에 대한 신원 확인 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는 16일 '2023년 5·18조사위 대국민보고회'를 열어 5·18 당시 행방불명자 가·암매장 추정 유해 9기를 수습,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5·18조사위가 광주시, 5·18기념재단으로부터 이관 받은 암매장 제보(53곳)와 계엄군(56명)의 가·암매장 증언을 토대로 추려낸 유력 암매장지 17곳에서 벌인 유해 발굴 조사의 성과다.

이날 공식 발표된 행불자 암매장 추정 유해 발견 지역은 전남 영암 모 공동묘지(6기), 해남 소재 군부대 주변(2기), 광주교도소 맞은편 야산(1기)이다. 이달 들어 추가 발견된 3기까지 포함하면 행불자일 가능성이 점쳐지는 유해는 12기다.

5·18조사위는 이달 13일부터 이틀간 해남군 예비군훈련장 주변 담장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유해 3기를 추가 발견됐다. 앞서 발견된 유골 2기가 있던 지역과는 멀지 않은 곳이다.

5·18조사위는 방위병 등 관련자들 진술을 바탕으로 5·18행방불명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1980년 5월 23일 해남에서는 31사단 93연대 2대대 소속 방위병 중심의 무장 병력이 발포를 했다.

같은 날 오전 5시 30분과 오전 10시~11시 사이 해남읍 우슬재와 복평리에서 군인들이 지프차·트럭·버스에 총을 쐈다. 군 차단 지역을 접근하는 차량이나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 발포로 당시 최소 3~7명이 숨진 것으로 5·18조사위는 추정하고 있다.

[해남=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16일 오후 전남 해남군 해남읍 백야리 예비군훈련장 주변 담장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수습하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5·18 암매장 희생자 추정 유골 3구가 잇따라 발견됐다. 2023.05.16. wisdom21@newsis.com


광주교도소 맞은편 야산에서 확인된 여성 유해 1기는 5·18민주화운동과의 연관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5·18조사위는 현재로서는 발굴·수습한 유해에서 수집한 유전자정보(DNA)를 행방불명자 가족과 대조,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남 지역 무장 시위는 주변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었던 점을 감안, 인근 나주·영암·목포·강진·완도·진도 지역 행방불명 신고 대상자 23명부터 신원 대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유해에서 DNA를 추출하고 검사하는 방식에 최소 4주가 소요되고 모든 신원 확인 절차에만 수개월이 걸린다고 5·18조사위는 덧붙였다.

5·18조사위는 올해 안으로 암매장 제보 현장 선행조사를 마치고 6곳에 대해서는 지표·유해발굴 조사를 펼친다.

추가로 확보한 행불자 유가족 18명의 혈액 유전자도 대조, 최종 신원 확인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계엄군의 증언이 집중됐던 광주교도소에서는 가·암매장 의혹이 확인되지 않았다. 가·암매장을 직접 실행한 계엄군이 현장을 살펴보고 11곳에서 지표조사까지 벌였으나 지형지물이 바뀌어 매장 추정지를 특정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5·18조사위는 광주교도소 내 가·암매장 민간인 사체 다수가 31사단 영내로 옮겨졌다가 처리됐다는 당시 병사들의 증언을 다수 확보,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5·18조사위는 1980년 5월 24일 3공수여단으로부터 교도소 작전 지역을 넘겨 받은 20사단 병사 2명이 '다수의 민간인 시체를 수습해 트럭에 실어 옮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31사단 영내에 있던 민간인 시체 10여 구를 트럭에 실어 사단 내 유격장으로 옮겼다는 31사단 병사 4명의 증언도 있었다고 5·18조사위는 전했다.

3공수여단이 광주교도소 일원에서 숨진 민간인 시체를 가·암매장하도록 지시 또는 실행, 목격했다는 36명 진술의 진위를 집중 파악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5·18조사위는 지난 2019년 12월 옛 광주교도소 내 무연고자 묘에서 발견·분류한 유골 262기에 대한 유전자 정보(DNA) 추가 검사도 벌이고 있다. 이 중 1기는 5·18 당시 행방불명됐던 화순 출신 20대 남성 염모씨로 유력 추정되나 최종 신원 확인 절차가 남아있다.

5·18조사위는 일부 유해에서 추출한 유전자 검출 수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시간이 더 걸린다며 올해 안으로 최종 확인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행방불명자 인정자 84명 중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이 밝혀진 희생자는 6명뿐이다. 나머지 78명은 아직도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복 신청자를 제외한 행불자 불인정자도 242명에 이른다.

송선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장은 "행방불명자 인정·불인정자 구분 없이 가족들의 채혈을 진행, 올해 3월 마쳤다. 채혈로 확보한 유전자 정보 대조군과 발굴한 유해를 대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유전자 일치 여부 확인을 거쳐 공식 발표하겠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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