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명 전환기에 준비해야 할 新디지털 질서
지금 인류는 새로운 문명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인류의 삶은 디지털화되고 인공지능까지 만들어내는 시대에 이르렀다. 지난해 11월 등장한 ChatGPT는 다시 한번 인류가 디지털 문명으로 깊이 빠져드는 것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줬다. 불과 4개월 만에 GPT-4가 등장하여 인간이 그동안 힘든 노동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산출물을 몇 분 안에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십여 년 전 실리콘밸리의 레이 커즈와일이 특이점(singularity)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인류문명이 디지털화돼 상상하지 못할 삶이 펼쳐진다는 예견이었다. 2045년 정도가 되면 7만년 전 네안데르탈인과 지금 인류의 차이보다 더 큰 차이로 새로운 인류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보면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부정하기 어렵게 됐다.
인류문명사를 보면 인간을 중심으로 사회질서가 바뀌며 기존 절대 왕권이 도전을 받았다. 영국 명예혁명으로 왕권은 의회의 견제를 받게 되고, 천부인권설로 권리장전이 선포됐다. 이는 프랑스 혁명과 미국의 독립선언으로 이어져 삼권분립과 대통령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탄생시켰다. 중국에서는 세금 징수를 위해 이름 없던 평민들에게 백 개의 성을 나눠주고 백성(百姓)을 만들었다. 산업혁명 이후 회사가 경제적 부를 얻게 되자 회사를 법적으로 사람으로 만들어 세금을 걷게 된 것이 법인(法人)의 탄생이다.
기술이나 시장이 변하면 사회질서나 법도 변해야 한다. 우버는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급성장했지만 타다의 영업 행위는 규제를 받았다. 디지털 금융이 활성화되고 온라인 유통이 기존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도 신문, 방송과 같은 기존 매체에서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정보 플랫폼 기업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매체로 옮겨가고 있다. ChatGPT로 야기된 저작권 이슈, 온라인 플랫폼사와 노동자 간의 새로운 노사 관계, 원격의료나 로봇의료, 가상화폐, 자율주행차의 교통 법규,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가짜 미디어 등 끝없는 문제들이 새로운 질서와 규범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뉴욕 구상과 올해 초 다보스포럼 특별연설, 4월 하버드대 연설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뷰카(VUCA)로 특징되는 급변하고(Volatility), 불확실하고(Uncertainty), 복잡하며(Complexity), 모호한(Ambiguity) 문명의 대전환기에 새로운 디지털질서를 빠르게 정립하여 사회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유엔 차원의 글로벌 디지털 협약 제정을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 가칭 디지털 미래포럼 신설을 주도하고, 디지털 권리장전을 선포하고, 새로운 디지털 질서 구축을 범부처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며 전자정부를 선도했던 것처럼 이제 우리 정부가 디지털 신질서 구축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인류문명사의 대전환기에 이런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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