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고진영·임성재의 '역전'
골프계에는 선수들이 나흘간 적어낸 성적을 보면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끈기 있는 몇몇 선수들이 가까스로 컷을 통과한 뒤에도 주말에 많은 타수를 줄여 순위를 끌어올려서다. 우승도 마찬가지다. 역전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의 이름 뒤에 '집념' '끈기' '뒷심' 등이 붙는 이유다.
지난 15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고진영은 다시 한번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LPGA 투어 통산 15승 중 6승을 역전 우승으로 장식할 정도로 남다른 집념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의 역전 우승은 어려워 보였다. 최종일 경기를 4타 차 공동 4위로 시작해서다. 여기에 단독 선두에 자리한 선수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이민지였던 만큼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독사'라는 별명답게 고진영은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졌다. 결국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1차 연장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고진영의 역전 우승만큼 주목받는 건 마음가짐이다. 프로 골퍼를 꿈꾸던 주니어 시절부터 '독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그는 지금도 변함없는 자세로 골프를 대하고 있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보내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인터뷰에서도 고진영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은 것도 고진영의 성공 원동력이다. 고진영을 지도하는 스윙코치와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선수가 고진영"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처럼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지 않고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간 그는 지금의 고진영이 됐다. 고진영이 영감 받았다는 임성재도 5타 차를 뒤집고 지난 14일 한국프로골프(KPGA) 우리금융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이들을 보며 동료 선수들은 시작하기 전부터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것에 대해 반성했다고 한다.
고진영은 동료 선수는 물론 우리에게도 강렬한 울림을 줬다. 남들과 비교해 출발이 늦거나 때로는 발을 헛디뎌도 포기하지 않으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확신 말이다.
[임정우 문화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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