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학자금 이자 면제법' 강행 처리…與 "형평성 어긋나" 퇴장
"저소득층 가구나 자립청년 등 어려운 가구의 청년을 더 지원하는 게 사회형평성과 정의에 부합합니다. 중상층 가구 청년까지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자는 것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취업후 학자금 대출을 받는 대학생은 16% 정도이고 현재 1.7%인 이자를 면제하면 1년에 11만원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을 보는 겁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에게 이 지원이 포퓰리즘인지 묻고 싶습니다." (교육위 야당 간사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취업 전 소득이 없거나 실직 등을 겪은 청년에게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학자금이자면제법)이 16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교육위 문턱을 넘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하며 중재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제도의 근본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교육위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전체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된 학자금이자면제법을 의결했다. 교육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불참하고 반대 의사를 밝히기 위해 자리를 지킨 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도 표결 직전 퇴장했지만 전체 위원 16명 중 위원장을 포함해 10명을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중점 추진해온 교육위 쟁점법안인 학자금이자면제법은 정부가 대학생에게 빌려준 학자금 이자를 소득수준에 관계 없이 취업할 때까지 면제해주고, 폐업·실직·육아휴직 등으로 소득이 없어지거나 불가피하게 상환을 유예해야 할 경우 면제해주는 게 골자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 사태를 선포하거나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할 경우에도 이자를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교육재정 부담을 키우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지속 반대 의사를 밝혀 왔다. 현재도 이자가 연 1.7% 수준으로 3년째 동결 중이고 지난 3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4.96%(잔액기준 5.01%)인 가계 대출 평균 금리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다. 여당은 학자금 이자를 면제할 경우 매년 약 860억원 가량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단 교육부 추계를 근거로 가뜩이나 부족한 고등교육 재정부담을 키울 수 있고, 동시에 고졸 취업청년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단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의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은 소득 8구간, 월 가구소득이 1000만 원이 넘는 가구의 청년들에게도 이자를 면제하도록 돼 있다"며 "그럴 재정이 있다면 저소득층 가구나 자립청년 등 어려운 가구의 청년들을 더 지원하는 게 사회 형평성과 정의에 더 부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법안) 강행처리 철회와 함께 여당의 의견을 존중해 대화와 절충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주호 부총리 역시 이날 비슷한 입장을 표명하며 민주당과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부총리는 "정부가 그 동안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일관되게 미진학 고졸자, 소상공인 대출과의 형평성 문제, 과도한 추가대출 유발 등의 우려로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는데도 통과된 데 대해 ICL(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근본취지와 맞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법안심사소위부터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친 만큼 충분한 숙의가 있었다며 더는 법안 처리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맞섰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그간 민주당은 여당과 합의 처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태규 간사가 정부 중재안을 마련해 다른 여당 위원들도 설득해 합으 처리할 수 있게 하겠단 제안을 믿고 기대를 갖기도 했지만 지난주까지 중재안을 결국 오지 않았다"고 했다.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이주호 부총리를 향해 "근본 취지는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교육부가 반대할 수도 있지만 국회 다수당이 다수결로 결정한 사항인데 최소한 존중하는 태도는 가져달라"며 "이후 법안이 공표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같이 노력해주길 당부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날 여야는 교육위 소속으로 최근 민주당에 복당한 민형배 의원에 대해서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과정에서 민 의원이 무소속으로 안건조정위원에 참여해 법안 처리를 도왔단 이유로 국민의힘 측에서 이른바 꼼수탈당으로 국회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하면서다.
이태규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민형배 의원을 위장탈당 시킨 후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에 포함시켜 처리한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법 처리과정이 국회법을 위반했고 헌법의 다수결 원칙까지 어겼다고 결정했다"며 "그럼에도 민 의원이 다시 교육위로 옮겨와 안건조정위원이 돼 검수완박법 처리할 때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 법안을 강행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형배 의원은 "정치공세로 탈당을 문제삼는 것은 얼마든지 하라"면서도 "교육위에서 일어나는 이 진행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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