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삼진어묵’, ‘도레도레 케이크’ 찾아낼 수 있을까
#무지개 케이크로 유명한 디저트 브랜드 ‘도레도레’의 출발은 매대 장사였다. 2006년 대학생이던 김경하 대표(38)가 인천의 한 상가 매대에서 초콜릿을 팔다가 첫 매장을 열었다. ‘달콤함을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알록달록한 케이크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현재 6개 브랜드 70여개 매장을 가진 기업으로 올라섰다.
김 대표는 16일 서울 연희동 연남장에서 열린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토크쇼에서 “많은 분들이 도레도레를 생긴 지 얼마 안된 브랜드, 강남에서 유행하는 케이크라고 생각하실텐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생각보다 많은 창업가들이 수면 아래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삼진어묵’은 1953년부터 부산 영도에서 3대째 이어져온 어묵 기업이다. 2011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3세 박용준 대표(40)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들기 전까진 제품명이 ‘부산어묵’이었다. 지역명을 빌리지 않고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삼진어묵은 부산어묵 이름을 쓰는 기업 35곳 가운데 매출 순위가 10위권 밖이었다고 한다.
박 대표가 제품명을 삼진어묵으로 바꾸고, 국내 최초로 ‘어묵 베이커리’를 열먼서 판을 뒤집었다. 어묵고로케, 고추튀김어묵 등 신선한 제품을 마치 빵가게처럼 진열해 내놓자 전국구 어묵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박 대표는 “어묵계 금수저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12년 전에는 굉장히 영세했다”고 돌아봤다.
삼진어묵과 도레도레의 공통분모는 소상공인으로 출발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살아남아 성장했다는 점이다. 대기업 위주로 꽉 짜인 국내 산업계에서 드문 경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정책을 발표하고 잠재력 있는 소상공인을 ‘제2의 삼진어묵’ 같은 혁신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어머니가 만드는 막걸리를 사업화한 김민규 복순도가 대표와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고선영 재주상회 대표도 참석했다.
중기부는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의식주 등 생활문야 분야에서 제조기반·서비스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라이프스타일이나 로컬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유니콘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아 ‘라이콘’(LICORN)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우선 지역 브랜드와 손잡고 ‘장인학교’를 운영하는 등 소상공인 창업 분야 인재를 키운다. 아이디어 발굴 및 창업부터 비지니스 모델 고도화·확장, 민간금융 연계를 통한 사업화까지 성장단계별로 지원한다. 지역 정체성을 담은 창업을 촉진해 소상공인을 로컬 크리에이터로 키우고, 골목상권을 지역 브랜드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정부가 아닌 민간 혁신가가 주도하는 지원체계도 만든다. 상권 공간 재구성, 소상공인 교육 등을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상권기획자’ 제도를 도입하는 게 대표적이다. 다양한 투자제도를 통해 민간자금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일각에선 이번 정책이 내실 있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임대료 인상 등으로 기존 주민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민간 주도’라는 약속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지켜낼지도 관건이다.
이대희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상권기획자가 사전에 부동산을 포함해 상권을 어떻게 키울지 기획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며 “상권 전체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민간협력형 상권관리기구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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