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열풍으로 고용촉진 노리는 中…경제동력 되긴 어려워"
중앙정부까지 지원 약속…전문가 "노점상이 경제 구하지는 못해"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중국 지방정부들이 실업률 감소를 위해 잇따라 노점상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좌판 경제'가 중국 경제를 살리는 동력이 되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미국 CNN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는 그간 도시 미관과 환경 위생 관리를 이유로 전면 금지했던 노점을 오는 9월부터 특정 지구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상하이시와 저장성 항저우시, 베이징시 등에서 나온 바 있는 노점 허용 조치와 비슷한 정책 전환이다.
지난 몇 해에 걸쳐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노점상을 억제해온 지방정부가 이제 좌판과 수레를 갖고 거리로 나가라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점 제한 완화가 3년에 걸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고 도시 실업률이 우려스러운 수준까지 치솟는 가운데 나온 절박한 조치라고 본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은 "중국 지도부가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경제적)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는 면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노점상이 되라고 하는 것 이상의 방법을 못 찾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시대의 기술을 갖춘 노동자나 대학 졸업자가 창조적인 사고가 아니라 노점에 힘을 쏟는 건 절망적인 징후"라고 덧붙였다.
CNN은 올해 3월 중국 도시의 16∼24세 실업률이 19.6%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도시 거주 청년 약 1천100만명이 실업 상태라는 의미다. 올해 대학을 졸업할 1천160만명이 사회로 나오면 실업률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잇단 노점 규제의 완화는 일부 지역의 성공 사례가 전국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나왔다.
산둥성 동부의 공업도시이자 현재 중국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로 떠오른 쯔보시가 대표적이다.
쯔보시의 인기는 올해 3월 '쯔보 바비큐'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타면서 갑자기 폭발했다. 숯불에 구운 고기 꼬치에 파를 곁들여 토르티야 같은 얇은 빵에 싸 먹는 음식인데 가격은 1인분에 30위안(약 5천700원) 정도로 저렴하다.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쯔보시의 경제도 살아났다. 쯔보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소매업과 관광업, 요식업 호황 덕에 4.7%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소비는 11% 늘었다. 올해 1∼2월만 해도 -2%였던 소비증가율이 한 달 만에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CNN은 이런 쯔보의 인기가 중국인들이 여행과 새로운 경험을 원하면서도 지갑 사정을 생각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튼 선임연구원은 "쯔보 현상은 중국 지방정부들의 포모(FOMO·자신만 뒤처져있다는 두려움)와 실업 및 젊은 층의 불만을 관리하라는 공산당의 압박이 결합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코로나19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맞닥뜨린 현실은 순탄치 않다. 주택시장 침체에 중앙정부의 사교육 금지와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규제가 겹치면서 사기업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고조된 미중 경쟁이 기술과 투자 분야로 번지면서 해외 투자도 위축될 처지다.
결국 이런 경제적 악조건이 국내총생산(GDP)의 60%와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사기업과 중소기업에 중국 정부가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뤄원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국장은 지난달 노점상 등 '민영기업'에 대한 세제·사회보장체계 지원을 확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당국의 공식적인 태도가 바뀌면서 관영 매체들은 젊은 기업인들이 야시장에 노점을 열어 부자가 된 기사나 영상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해외 전문가들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알렉스 카프리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학 교수는 "공산당은 실낱같은 희망을 노리면서 대졸 실직자들 사이에 만연한 냉소적 풍조를 물리치는 데 소규모 창업을 이용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티브 창 소장은 노점상 같은 비공식 거래가 실업률을 일시적으로 낮추고, 더 가난해졌다고 느끼던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줄지는 몰라도 "중국 경제를 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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