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민주당, 코인 전수조사 ‘네가 먼저’ 떠넘기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을 계기로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전수조사하자는 주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빗발치고 있지만 거대 양당 지도부는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 물타기로 이용될 수 있다며 미적거리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전수조사에 응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선제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정의당은 16일 국민권익위원회에 개인정보 자료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며 양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전수조사 제안을 김 의원 의혹 물타기 시도로 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제든 저희는 전수조사를 할 수 있다”면서도 “김 의원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물타기 하는 수단으로 전수조사가 이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 의혹의 실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전수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을 발족했다. 진상조사단의 활동은 김 의원 의혹 파헤치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수조사를 피하는 국민의힘 공격만 할 뿐 자진 신고센터 설치 등 적극적인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전수조사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단독으로 추진해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대표가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공직자 등록재산대상에 가상자산을 넣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법 개정이 전수조사에 준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22일 법안심사 1소위를 열고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경우 가상자산을 주식처럼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게 할 것인지도 논의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그런 논의를 통해서 해결이 된다면 별도의 자진 신고는 필요 없을 텐데 그 진행 상황을 보면서 독자적으로 자진 신고센터를 운영할지는 더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가상자산 보유가 불법이 아닌데 자칫 전수조사가 가상자산에 투자한 국회의원을 색출하는 분위기로 흐를까 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 원내대표단 소속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국회의원이 가상자산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불법은 아니지 않나”라며 “국회의원을 색출하듯이 가면 가상자산 투자 자체를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문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권익위에 가상자산 보유 현황 조사를 위한 당 소속 의원 6명 전원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며 양당을 압박했다. 권익위가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한 국회의원의 금융거래 흐름을 본 뒤 이상 흐름이 있다면 해당 의원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국회에 대한 게임업계의 전방위적 로비 의혹이 불거진 지금 김 의원이 사태의 몸통일지 꼬리일지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며 “공신력 있는 제3기관인 권익위 전수조사로 사태의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도 CBS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도 ‘국민의힘 합의하면 하겠다’가 아니라 자당 안에서 벌어진 일이니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권익위의 국회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와 가상자산 전수조사는 다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산 시스템상 가상자산은 일률적으로 동의를 받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부동산 전수조사와는 확연히 양태가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 방안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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