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란체스터 전략
세계는 지금 초변화 대전환 시대다. 광속의 기술 변화가 경제, 사회, 정치, 안보 등 모든 면을 변화시키고 있다. MZ세대 부상에 따른 사람의 변화도 초변화의 핵심이다. 초변화에 대응하는 디지털·그린·문명의 3대 대전환이 기업을 넘어 국가의 미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다.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는 국가 및 기업 경영의 전략적 측면이 대단히 중요하다. 효율성보다 전략적 방향성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무조건 빨리 가는 것보다 어디로 어떻게 가느냐가 생존과 발전을 결정한다. 자동차 경주도 직선 구간에서는 순위가 바뀌기 어렵다. 변화가 큰 커브 구간에서 바뀐다. 향후 5~10년간 지속될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는 국가, 기업 공히 과거의 성과에 만족도 실망도 할 여유가 없다. 민관, 여야,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로 국력을 집중해 활로를 찾아야 우리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국가와 기업 모두 이를 위한 정확한 전략 수립과 실행이 시급하다. 이 과정에서 유명한 란체스터 전략이 돋보인다. 란체스터 전략은 영국의 항공 공학자 프레더릭 란체스터가 1차 세계대전의 공중전 분석을 토대로 고안한 두 가지 법칙을 응용해 기업 전략에 적용한 것이다. 특히 '제곱의 법칙' '집중효과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2법칙이 우리 전략에 중요하다. 공중전 결과는 성능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전투기 수가 아니라 전투기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이다. 이기려면 절대다수가 필요하다. 적보다 우세한 병력을 가지기 어려운 경우 전면전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으로 국부적인 수적 절대 우위를 만들면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과학기술이 국력을 결정하는 기술패권 시대에 란체스터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먼저 실사구시적 국가 연구개발(R&D) 전략이다. 흔히 우리나라가 R&D를 많이 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많은데 큰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4.8%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강대국과 사실상 전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기에 R&D 투자 비율은 큰 의미가 없고, R&D 절대 금액이 중요하다. R&D 절대 금액 면에서는 미국의 11%, 중국의 22%, 일본의 48%, 독일의 67%로 매우 열세다. 우리나라가 R&D를 많이 하는 나라가 아닌 것이다. R&D 절대 금액을 획기적으로 올리거나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수출 침체가 지속되며 국가적 당면 과제가 된 수출 회복 전략도 같은 이치다. 전 분야에 전선을 펼쳐서는 빠른 회복이 어렵다. 전략 품목, 전략 시장에 대한 민관 R&D, 마케팅, 금융, 문화 등 자원의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정부의 정책도 집중 효과를 내려면 부처 간, 정책 간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란체스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영섭 서울대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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