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조사만 2번 미룬 유아인…"경찰이 조사일정 공개" 사실일까
경찰, 2차 소환 일정은 언론에 '확인할 수 없다'로 일관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마약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이 두 차례의 경찰 소환 조사 일정 변경 끝에 16일 두 번째 소환 조사에 출석했다. 유씨 측은 연이은 출석 연기에 대해 경찰이 조사일정을 공개한 탓이라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유씨는 이날 오전 오전 9시5분쯤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마수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출석은 당초 지난 11일 예정된 조사 일정에 대해 유씨 측이 취소 통보한 뒤 새로 잡힌 조사 일정이다.
유씨는 두 번째 소환 조사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특정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했느냐' 등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변호인 선임 후 첫 조사 일정 연기…경찰서 보도된 조사 일정 인정
유씨가 경찰 조사 일정을 연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당초 유씨는 지난 3월24일 피의자 신분으로 첫 번째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해당 일정도 연기했다.
유씨는 마약 혐의로 수사가 시작된 이후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묵묵부답을 지켰다. 그러나 전 대검찰청 차장, 마약과장 등을 지낸 검찰 출신 변호사 등 전관 변호인단을 꾸린 이후 출석일자 조정으로 본격적 대응에 나섰다.
유씨의 법률대리인은 "유씨의 출석이 사실상 공개소환이 돼 경찰에 출석일자 조정을 요청했다"며 "모든 언론에 유씨가 금요일에 출석한다는 기사가 나왔고 경찰이 이를 확인해줬다는 기사도 있는데 이는 관련 법 규정 위배"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실제로 당시에는 경찰에서 유씨의 첫 출석 일정이 24일로 정해졌다는 보도에 대해 인정한 바 있다.
결국 3일 뒤인 3월27일 출석한 유씨는 약 12시간 동안 진행된 첫 조사를 마치고 나와 "불미스러운 일로 이런 자리에 서서 실망을 드린 점 죄송하다"며 "저의 일탈 행위들이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식의 자기합리화 속에서 잘못된 늪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두 번째 조사 일정도 경찰이 밝혔다?…경찰 "확인해줄 수 없다"로 응대
유씨는 지난 5월11일 예정된 두 번째 소환 조사 일정도 변경했다. 이날 유씨는 마수대 인근까지 왔다가 경찰에 '현장에 기자들이 많아 출석을 못하겠다'며 당일 불출석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측 법률대리인은 재차 경찰이 비공개 소환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씨 측은 "조사 전일인 10일 언론을 통해 유아인의 조사가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고 변호인은 출석 일정이 공개되었는지 여부를 경찰에 문의하였으나, 경찰은 출석 일자를 공개한 적이 전혀 없고 원칙대로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니 그대로 출석하라는 입장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확인해 준 대로 비공개 원칙이 적용될 것임을 믿고 예정대로 출석하고자 하였으나, '금일 오전 엄홍식씨가 출석 예정임을 경찰로부터 확인하였다'는 취지의 추가적인 언론보도 내용 및 현장 취재진 상황을 접하고 출석 일정이 공개되었음을 명백히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씨의 사건을 담당한 마수대는 유씨 측의 주장과 달리 유씨의 소환 일정을 공개하거나 관련 보도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마수대 측은 유씨의 두 번째 소환 조사 일정과 관련된 취재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한 바 있다.
유씨는 경찰에서 '출석일정 조율이 되지 않으면 체포·구속영장 신청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다음날 오전 경찰에 출석한 상태다.
◇변호사 "마약 범죄, 수사 협조 여부가 감경에 큰 영향"
유씨 측은 두 번의 입장문에서 모두 말미에 '경찰의 출석 요청에 응하여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씨 측이 지속적으로 조사 일정을 연기하면서도 경찰 측의 대응을 문제삼는 것은 '수사에 협조적이었다'는 입장을 가져가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마약 투약 범죄의 경우 다른 범죄보다 수사 협조 여부가 감경에 영향이 큰 편"이라며 "소환 조사 '불응'은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합당한 이유를 제시함으로써 그런 이미지를 피하고 싶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씨의 의료 기록 및 마약 간이 소변 검사, 국립과학수사원(국과수) 마약 모발 정밀 검사 등을 종합하면, 유씨는 케타민·대마·코카인을 복용하고 프로포폴과 졸피뎀을 과다 투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16일 오전 출석한 유씨뿐 아니라 유씨와 함께 지난 2월 귀국한 유씨의 지인 미대 출신 작가 A씨도 소환해 조사 중이다.
A씨를 비롯한 유씨의 주변 인물 4명은 당초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지만, 유씨의 마약 투약을 돕거나 직접 투약한 정황도 확인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상태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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