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서, 넘쳐서 고민…정부 물관리 결국 ‘4대강’?
■'가뭄'은 갔다
"아유, 그래도 한 시름 놨죠."
오늘 (16일) 5월 가뭄 예·경보를 발표하면서 나온 행안부 관계자의 말입니다.
지난주 어린이날을 전후해 퍼부은 비가 결정적이었습니다. 5월 3일부터 7일까지 전국에 109.1mm가 내렸습니다.
11일엔 낙동강 영천댐이 가뭄단계에서 해제됐고, 가뭄단계 '심각'이던 남부지방 주암댐과 수어댐이 지난 8일 자로 가뭄단계에서 해제됐습니다. 주암댐 유역에만 154mm '단비'가 내렸습니다.
물이 많아졌습니다. 정확히는 '댐'에 물이 많아졌는데요. 전국 댐 저수량은 지난 4월보다 2억 2천 톤이 늘어 56.6억 톤이 됐습니다. 평년의 99.5%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7월까지는 강수량이 대체로 평년과 비슷해 정상상태를 유지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특히, 가장 염려스러웠던 광주 지역 생활용수와 광양·여수산단에 공업용수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모내기 문제없다"
최근까지 가뭄 추세의 고민 중 하나는 '모내기'였습니다. 겨울 내내 이어진 가뭄이었지만, 그나마 벼농사 철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내기 무렵 가뭄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참 물 사용량이 많아질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5월 초 내린 비로 농업용 저수지도 넉넉해졌습니다.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80% 정도인데, 평년보다 높아졌고 특히 문제로 지목됐던 전북과 전남의 모내기 사정이 좋아졌습니다.
결국, 5~6월 모내기 철에는 물 공급이 차질 없을 것 같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그런데 '녹조'가 온다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완전한 해갈도 아닌 데다 가뭄 이후 '다음 타자' 녹조가 오기 때문입니다. 이맘 때쯤 기온이 높아지면 찾아오는 불청객입니다.
녹조는 온도가 높아지고 빛이 많고, 유속이 느린 경우에 영양염류라고 부르는 먹이원 즉, '질소'나 '인'이 결합되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앞서 언급한 가뭄 탓도 섞여 있습니다. 강이나 하천의 물의 양이 겨우 가뭄을 해소할 수준이라, 녹조가 나타나기는 더 좋은 환경입니다.
특히, 낙동강 인근은 매년 '녹조라테'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녹조 문제가 심했던 곳입니다.
정부가 이걸 잡겠다고 대책을 내놨습니다. 환경부는 오늘(16일) 정례 브리핑에서 '낙동강 녹조 발생 저감을 위한 유역 퇴비관리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똥을 어떻게 치울 것이냐…"고발할 것"
'퇴비 관리 강화'라는 이름으로 환경부가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가축분뇨'를 어떻게 처리할지 문제입니다. (퇴비는 가축분뇨를 발효시켜 액체 형태를 제외시킨 물질을 말합니다)
환경부는 그 중에서도 낙동강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퇴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조사해보니 낙동강 인근에만 1,500개 이상 퇴비가 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축구장 15개를 채울 양입니다.
문제는 비가 오면 이런 퇴비들이 다 하천으로 쓸려 내려간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녹조류의 먹이원 즉, '질소, 인'이 퇴비에 많이 들어있습니다. 한 마디로 똥이 녹조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낙동강 수계의 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의 경우에는 가축분뇨가 미치는 영향이 38.5%, 그 다음에 총 인의 경우에는 26.7%라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정부 조사로는 녹조 원인의 3분의 1 정도는 가축분뇨 때문이었습니다.
환경부가 고강도 대책을 냈는데요. 한 마디로 '고발'입니다. 6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칩니다. 6월이 지난 후에도 처리하지 않으면 소유주를 고발하겠다는 대책입니다. 처벌 수위도 낮지 않습니다. 1년 이하 징역, 천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 농민들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퇴비 대책으로 녹조 문제가 해소될까요? 환경부는 조만간 전체적인 녹조 대책도 낼 계획입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위 부위원장은 "녹조는 근본적으로 물의 흐름과 체류 시간의 문제"라면서 환경부의 퇴비 대책을 비판했습니다.
■'4대강 보'로 물 관리…여론조사 '답정너'?
'물 관리' 이야기의 종착지로 갑니다. 4대강입니다. 갈등 속에서 탄생했던 4대강 사업에 때마침 정부가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8∼23일 조사했습니다. 특히, 4대강 보 소재 및 인접 시·군 주민 4,000명(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각 1,000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첫 질문으로 '가뭄 등 물 부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에 저장된 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보 소재·인접 지자체 응답자 86.8%가 찬성했습니다.
일반 응답자의 경우 찬성이 77.4%였습니다. 가뭄 위기에 보를 적극 활용하라는 주문으로 보입니다. 예전과는 다른 수준의 가뭄 위기를 접한 뒤 응한 설문조사라는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다만, 설문 방법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설문지를 봤더니, 설문 전에 꼭 설명해줘야 한다는 멘트가 눈에 띕니다.
이런 멘트를 듣고 '가뭄 등 물 부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보 활용방안을 묻는다면, 답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4대강 보로 확보한 물을 가뭄에 활용하려면 가뭄 지역까지 그 물을 어떻게 공급할 것이며, 녹조 우려가 있는 물을 가뭄 지역 식수로 공급할 수 있는 지 그 과정에서 드는 비용과 전체적인 효율 부분도 추가로 설명했다면 어땠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순천 주암댐을 방문해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지난달 국무회의와 17일 주례 회동에서도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4대 강을 적극 활용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18일부터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는 물 관리와 4대강 보에 대한 정부 방향성이 감지되는 대목입니다.
■'홍수'도 온다…4대강 보로 물관리?
여기에 가장 무서운 '물 재난'도 남아있습니다. 홍수입니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 등 여름철 수해가 이어지면서 '신림동 반지하 주택 침수 사망 사고' 같은 참사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가 특정 지역에만 내리면서 피해가 컸습니다. 강남 일대에만 한 시간에 141mm가 내린 역대 최대 폭우를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올해에도 이런 집중 호우가 충분히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큰 강에 세워진 4대강 보 16개가 홍수와 치수 효과를 가져온다해도, 지난해 크게 문제가 됐던 이런 도시침수까지 막아주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물 관리는 맞춤형 정책이어야 합니다. 한 개의 공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고차 다항 방정식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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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기자 (h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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