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침공해오는 AI, 공존 해법은
'AI와 문학 번역의 미래'
26일 서울 프레스센터 개최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지과학자 허버트 A 사이먼은 1995년 한국 문예지 '문학과 사회'에 번역 수록된 논문 '20세기를 넘어서, 내일을 위한 기층 언어들1-문학비평: 인지과학적 접근'에 이렇게 썼다. "문학비평 이론은 자연 언어에서 의미를 사용해 텍스트를 생성하는 방식과 텍스트를 숙독해 의미를 환기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이렇게 본다면 비평은 인지과학의 단지 한 갈래라고 볼 수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위 문장을 포함한 40쪽짜리 해당 논문의 요지는 근미래에는 인공지능(AI)이 문학비평까지 대신하리란 충격적 예언이었고, 이는 당시 문학장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됐다. 인지과학은 AI와 인지심리학, 언어학을 중심으로 여러 학문을 원용한 혼성 학문이다. 문학비평이 텍스트와 의미 환기란 점에서 미래에는 AI가 문학장을 대체하리란 예측은 당시로선 극단적이었지만 사이먼 교수는 고도의 지적 행위인 문학비평까지 기계가 대신하리라고 봤다.
30여 년이 흘러, 이제 인간의 의미 활동을 기계가 대신하려는 시도는 현실로 다가왔고, 지난해 챗GPT 등장은 기존과 다른 미래로의 진입이 확정적임을 선언하는 신호탄이 됐다. 이렇듯 챗GPT가 촉발한 논란이 드디어 한국 문학장에서 본격 논의된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곽효환)은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심포지엄을 열고 문학 및 문화 콘텐츠 번역에서의 AI 활용 현황과 번역교육, 번역철학, 번역윤리에 대한 집단토론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AI와 문학을 다루는 이 정도의 대규모 심포지엄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심포지엄 기획위원장을 맡은 정과리 문학평론가(연세대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인간은 모든 행동에 자율권을 보장받되, 계약을 통해 그걸 획득해야 하며 사후에 책임이 뒤따른다. 반면 AI는 인간의 명령을 받아 일을 하며, 자율권이 주어지지도 책임이 요구되지도 않는다"며 "AI 쪽의 자율권과 책임은 AI의 제작사에 귀속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AI의 사용이 유상인가 무상인가에 관계없이 공공 이용시설로 배포되면 사용의 권리와 책임 영역에서 제작사가 숨어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진화할 것이고 결국 인간과 문학의 세계로 '침공'하게 될 것이다. 유용성 덕분에 인간은 AI를 물리치지 않을 텐데 결국 문제는 함께 공진화(coevolution)하는 방법뿐이다. 따라서 지금은 모든 사람이 귀를 열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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