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 중국인 광부 살해 두 달…분쟁지역 진출한 중국의 딜레마
지난 3월 19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부 침볼로 마을의 한 광산에 무장 괴한들이 침입해 중국인 광부 9명을 살해했다. 중국 기업 ‘골드코스트그룹’이 새로 문을 연 광산이었다.
사건은 석 달째 미궁에 빠져 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2020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반군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반군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 용병단체 ‘바그너 그룹’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양측 모두 증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침볼로 광산 사건은 최근 분쟁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한 중국이 ‘자국민 보호’라는 까다로운 과제에 직면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중국 정부가 해외 진출한 자국민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 국내에 의심을 불러온 동시에 중·러 협력의 근본적 결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사건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3월 골드코스트그룹이 광산을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발생했다. 침볼로는 정부군 및 바그너 그룹 통제 지역으로 이들이 광산의 경비도 담당하고 있었다.
앞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내전 중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외국인 대상 납치 범죄가 빈번하다며 교민들에게는 수도 방기에만 머물고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현지를 떠날 것을 당부했다. 대사관의 발표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총격 사건이 발생해 광부 9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아르노 주바예 아바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법무부 장관은 반군 소행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질문도 허용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파견한 관리 두 명이 기자회견에 참여했지만 사건 현장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현지 당국의 최종 수사 결과가 나왔지만 공격 동기와 방법에 관한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다. 한 외교관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는 원래 광부들을 보호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군인이 12명 이상 배치돼야 했는데 공격 당일엔 4명만 있었다. 이들 4명은 모두 살아남았다.
반군들이 외국인 대상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지만 통상 몸값을 노리고 고용주와 협상을 벌이는 패턴과 다르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2018년과 2020년에도 광산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이 폭동을 일으켜 중국인이 사망한 적이 있다. 외국인이 자원을 값싸게 가져가고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반감이 원인이다.
반군연합단체는 “비열한 짓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바그너 그룹을 배후로 지목했다. 하지만 반군단체 역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바그너 그룹을 운영하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강도의 소행”이라고 서면으로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진상을 모른 채 자국 교민 80명을 철수시켰다.
중국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위대한 중화민족을 강조하는 반면 실제 현실은 자국민 보호의 능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웨이보에서는 중국 정부의 대응은 해외 특수부대의 무용담을 담은 애국주의 영화 ‘전랑’에서 보여준 모습과 너무 다르다는 불만도 나왔다. 지난 3년 동안에만 광산업에 종사하는 중국인들이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짐바브웨, 잠비아, 말라위에서 살해당했다.
이 같은 반응은 검열로 온라인에서 곧 사라졌다. 웨이보는 시 주석이 자국민 살해범에게 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에 요구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바그너 그룹이 용의자로 지목된 점도 중국 정부 입장에서 난감한 대목이다. 사건은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기 하루 전에 벌어졌다. 중·러 밀착 노선을 걷는 중국 정부로서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바그너 그룹과 날을 세운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다. 중국 정부 견해를 대변하는 논객인 후시진 환구시보 전 편집장은 “바그너 그룹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중·러관계를 악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에 막대한 투자를 한 중국은 미·중갈등이 격화되면서 금, 다이아몬드, 코발트 등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바그너 그룹 역시 금, 목재, 다이아몬드 등을 얻는 대가로 2018년부터 포스탱아르캉주 투아데라 대통령을 무력으로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제재로 경제적 압박이 심해지면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식민지배국이었던 서방에 반감이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우군으로 삼아 전쟁 비판 여론을 돌파하기도 했다.
바그너 그룹 언급을 최대한 피하는 중국 정부의 대응은 ‘중·러 협력’의 모순을 보여준다. 영국 킹스칼리지대의 중국 안보 전문가 알레산드로 아두이노는 “바그너 그룹과 중국은 모두 아프리카에 대해 동일한 착취적 관점을 갖고 있지만 바그너 그룹은 혼돈 속에서 번성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안정이 필요하다”고 NYT에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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