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치 주식거래 전수 조사한다지만···개미 투심은 '꽁꽁'
거래소 통해 유사사례 적발 추진
포착기간 100일 → 1년 단위 확대
이복현, 유사투자자문사 단속 지시
시장 불신에 투자자는 증시 이탈
거래대금 28%↓·시총 회전율도 뚝
금융 당국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최근 10년간 주식거래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또 유사투자자문업자 등 불법행위 단속반을 신설해 암행·일제 점검에도 신속히 착수하기로 했다. 다만 당국의 후속 조치에도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시장에 대한 불신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코스피·코스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30%나 감소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주가조작 의혹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완전히 가시기 전까지 당분간 자본시장의 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16일 금융투자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국민의힘은 9일 비공개 당정 협의회에서 최근 10년간 거래에 대해 전수조사를 펼치는 내용의 시장 감시 시스템 개편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SG증권발 사태와 유사한 수법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과거에도 있었는지 뜯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당정이 10년 동안의 거래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아직 조사 대상 연도 등은 특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아울러 주가조작 혐의 포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세조종 포착 기간을 현재 100일 이내에서 반기·연 단위로 확대하기로 했다. 시세조종 혐의 집단을 분류할 때도 지역적 유사성과 별개로 매매 수법이 비슷한 계좌까지 기준점으로 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유사 지역에서 발생하는 거래만 동일 집단으로 분류해 시세조종 혐의 여부를 판단해왔다. 이번 사태의 경우 라덕연 H투자자문 대표 일당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거래를 해 혐의점을 잡기가 어려웠다.
차액결제거래(CFD)의 계좌 정보도 집적해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 거래소는 그간 CFD 관련 거래의 계좌 정보를 집적하지 않고 최종 투자자 분류, 이름, 생년월일만 쌓은 탓에 CFD를 활용한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 거래 시스템에서는 국내 증권사를 통하면 기관 투자가 되고 외국 증권사를 통하면 외국인 매입이 되는데 이 문제를 개선하고 투자 규모도 조금 더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단속 강화에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에 의한 불법행위는 국민들의 직접적인 재산 피해를 유발하고 자본시장을 교란시켜 금융 질서의 근간을 해칠 수 있는 만큼 이에 적극 대응하라”며 관련 단속반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원장은 “그간 금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에 의한 투자자 피해 예방을 위해 직권말소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그러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안심리 고조에 편승해 고수익 등을 미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통해 투자자를 유인하거나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등 여전히 폐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 단속반 설치와 함께 집중 신고 기간도 운영하기로 했다. 신고·제보를 활성화해 불법행위 단서를 적극 수집하고 암행·일제 점검에 신속히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불법 혐의 업체를 적발할 경우 수사기관에도 통보한다.
이 원장은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공지능(AI) 기반 정보 탐지 시스템 등 금감원의 온·오프라인 시장 정보 수집·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인력을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이 원장은 “불공정거래 조사 관련 조직·기능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며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 당국의 뒷북 대책에도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는 점점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약 9조 1000억 원으로 지난달 12조 6000억 원보다 27.9% 줄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대금 규모는 지난달 28일 9조 9535억 원에서 이달 15일 5조 697억 원으로 보름 새 5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코스닥의 하루 평균 거래 규모도 전달 13조 8000억 원에서 이달 1~15일 9조 1000억 원 수준으로 34.3% 줄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회전율도 함께 추락했다.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 대금의 비율이다. 올해 1월 하루 평균 0.37% 수준이던 회전율은 지난달 0.63%까지 뛰었다가 이달 들어 0.45%로 주저앉았다. 3∼4월 3.3%대를 웃돌았던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회전율도 이달 2.28%로 떨어졌다. 시가총액 회전율이 낮을수록 투자자 간 거래가 부진하다는 것을 뜻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 불신에 국내 경기지표 약세까지 겹치면서 증시 반등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의 부진한 1분기 실적, 2차전지 업종의 주가 조정,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 지연 등도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수출이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감소한 상황에서 이달에도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뚜렷한 반등 신호를 포착하기 전까지 우리 경기 상황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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