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넘길 역사적 기회”…CIA, 러시아 스파이 공개모집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러시아의 기밀을 미국에 제보할 러시아인 스파이 모집을 시작했다.
15일(현지 시각) CNN 등에 따르면 이날 CIA는 텔레그램,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 스파이 모집 공고 영상을 올렸다. 1분 50초 분량의 해당 영상은 러시아어로 제작됐다.
이 영상에는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이 고뇌 끝에 CIA에 연락하는 내용이 담겼다. 먼저 남성이 등장하고 “이것이 내가 꿈꾸는 삶이 맞는가? 내가 선택한 길인가?”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또 여성이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를 어루만진 후 홀로 고민에 빠진 모습이 나온다. 이어 “우리는 내 행동 덕분에 존엄하게 살 것이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남성과 여성이 ‘CIA에 연락하기’라고 적힌 휴대전화 화면을 보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내용은 영상에 나오지 않았다.
CIA는 ‘CIA에 안전하게 연락하기’라는 텔레그램 채널을 열고 이 영상을 게시하면서 “CIA는 러시아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하며 이를 알려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사람들을 찾고 있다”며 “CIA가 당신의 안전을 책임지겠다.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크웹 브라우저 ‘토르’(Tor)를 통해 CIA와 익명으로 연락할 수 있는 방법도 공유했다.
CIA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인들이 미국에 필요한 정보를 넘길 역사적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한 당국자는 CNN에 “러시아인들에게 우리가 그들이 겪고 있는 일을 알고 있다고 그들의 언어로 전하길 원했다”고 했다. 다른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이는 더 큰 문제의 징후일 뿐”이라며 “러시아에는 우리가 말하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앞서 CIA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개월이 지난 당시에도 러시아인 스파이를 모집한 바 있다. 당시 게시물에는 가상사설망(VPN)으로 러시아 안보당국의 탐지를 피하고, 토르 웹브라우저를 통해 CIA와 익명으로 암호화된 접선을 하는 방법 등이 담겼다.
그러나 CIA 당국자는 “1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며 러시아 내 반대 여론과 언론에 대한 탄압, 수십만명의 러시아 남성이 전쟁에 동원된 점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CIA 측은 지난 모집으로 얼마나 많은 스파이가 모였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모집이) 성공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비슷한 노력을 또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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