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라덕연’만은 막겠다는 한국거래소… 감시 시스템 어떻게 바뀌나
SG증권 발(發)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감시 실패 책임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거래소는 시장감시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에 나선다. 1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시세 조종을 하는 불공정행위 등을 적발해 내기 위해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 시 포착 기간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각기 다른 개인 계좌에서 주문이 들어와도 유사한 패턴이 감지되면 동일집단임을 알아낼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국민의힘은 지난주 SG증권 발 주가 폭락 사태 대응책과 관련해 비공개 당정 협의를 진행했으며, 이 자리에서 거래소는 시장감시시스템 개편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이날 보고 내용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10년간 거래내역을 전수조사해 SG증권 발 주가 폭락 사태와 유사한 수법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주가 폭락 사태로 구속된 라덕연씨 주도의 주가 조작 세력과 같은 사례가 예전에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장기간 시세 조종을 하는 불공정거래 유형에 대응하도록 혐의 종목 선정 기준을 100일 이하의 단기에서 장기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가조작 혐의 포착 능력을 강화하고자 시세 조종 포착 기간을 확대하고, 시세 조종 혐의 집단의 분류 기준을 개선한다.
◇ 시세 조종 혐의 집단 분류 기준 개선·CFD 보고 체계도 강화
거래소는 시세 조종 혐의 집단에 대한 분류 기준을 바꿀 예정이다. 일례로 SG증권 발 주가 급락 사태는 혐의자들이 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명의인의 집, 직장 주소지 등 각기 다른 곳에서 거래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거래소는 이를 정상 거래로 오인해 계좌 간 연계성을 포착하기 어려웠다.
이에 거래소는 지역적 유사성 외에 서로 다른 계좌 간에 거래 종목이 다수 중복되는 등 계좌 간 유사한 매매 패턴을 나타내는 경우에도 동일한 혐의 집단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논란이 된 차익결제거래(CFD) 계좌 정보에 대한 관리와 보고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장외파생상품인 CFD 계좌는 시세 조종 시 실제 투자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확인이 어려운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CFD 계좌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 시 CFD 계좌에 대한 정보가 없어 CFD 계좌에 대한 분석과 파악이 어렵고 시세 조종을 제대로 적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거래소는 금융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토대로 CFD 계좌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거래소에서 직접 징구할 수 있도록 시장 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CFD 계좌 전부를 제공받아 매매패턴을 분석하고 감시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이런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주요인으로 지목된 CFD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 의견은 다소 다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FD는 사적 계약에 기반을 둔 장외파생상품으로 CFD를 폐지하면 총수익스와프(TRS), 신종 마진거래 등 새로운 형태의 장외파생상품으로 쏠림이 커져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면서 “CFD, TRS 등이 불법 거래 목적으로 거래에 활용되는 것을 막으려면 CFD와 TRS의 원 주문 주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모든 장외파생상품에 대해 거래 주체 및 규모, 계약 종료 시점 등 세부 내용을 KRX 거래정보저장소에 보고하도록 보고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이상 거래 대상 단기에서 장기로 확대…실효성엔 의문
현재 한국거래소는 불공정거래 혐의 종목 선정 시 대부분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상 거래 종목 적출 시 100일 이내의 주가 상승률 및 관여율(호가·시세·체결)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단기 상승 폭은 작지만 실적 개선이 있거나 테마주로 분류돼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실제 이번 하한가 사태로 문제가 된 8개 종목(삼천리·다우데이타·하림지주·대성홀딩스·세방·선광·서울가스·다올투자증권)은 오랜 기간에 걸쳐 주가가 급등하며 주가조작 감시망을 피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3년간 이들 종목은 최소 2배에서 최대 12배까지 상승했지만 금융당국은 이상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 간혹 언론 등에서 비이성적 급등 사례로 지적됐지만 그냥 지나친 것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앞으로는 장기간 시세 조종을 하는 신종 불공정거래 유형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혐의 종목 선정 기준을 100일 이하의 단기에서 반기 또는 연 단위로 확대하는 형태의 시장감시시스템을 마련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거래소 내 기획감시팀은 올해 하반기 내 업무 처리 지침을 개정해 장기간 이상 거래 징후도 찾아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기획감시팀은 계좌 중심 이상거래 적출·분석 등을 통해 신종 불공정거래를 신속하게 적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2013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시장감시부 내에 신설됐다.
기획감시팀은 단기에 맞춘 이상거래 적출 모델을 3년 이하의 장기간으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이전까지는 하루에서 수개월간의 단기간 불공정 거래 가능성을 주로 살펴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이러한 장기간의 이상 급등을 시세조종으로 잡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단기 이상 급등의 경우에는 일종의 작전을 통해 이상 급등 등을 파악할 수 있으나, 1년 이상의 장기간 급등이라든가 혹은 2차전지·바이오 등 특정 테마에 따라 움직이는 종목들의 경우 때에 따라서는 주가 조작과는 무관하게 투심이 몰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를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로 볼 수 있을지 여부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모호한 점이 있어 실현 가능한 제도 개선인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와 관련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도 금융당국과 협의해 시세조종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러한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정비를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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