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전수조사’ 가능할까?…국내 거래소 추적은 가능하지만 해외거래소·하드월렛 접근 한계
익명성에 기반한 거래,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특징으로 하는 가상통화 거래의 특성상 국회의원 가상통화 보유 전수조사를 하더라도 자진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완벽한 검증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거액 가상통화 보유 논란이 입법 로비 의혹으로 번지는 등 파장이 일자 국회에서는 코인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수조사 방법으로는 지난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전수조사 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당시 권익위는 국회 동의를 받아 국회의원과 가족들의 부동산 거래를 전수조사했다.
이날 오전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재정넷)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알려진 이후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보유가 제도적인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위공직자가 제도의 사각지대에 숨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전수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통화의 특성상 전수조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해외 거래소에 가상통화를 예치했을 경우 자료 요청을 강제하기가 어렵다. 한 가상통화 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우리나라처럼 은행 실명계좌를 쓰지 않고 ‘벌집 계좌’라고 해서 회사와 고객 개인계좌가 1대1로 매칭되는 국내와 달리 모든 사람의 돈이 가상통화 거래소가 보유한 은행계좌 한 곳에 모두 들어가있는 구조”라면서 “현금화 흐름을 들여다보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프라인에서 가상통화를 관리하는 ‘하드(콜드)월렛’을 활용하거나 개인 간(Peer to Peer) 거래가 이루어졌을 경우 자진하여 신고하지 않으면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드월렛이란 해킹 등의 위험으로부터 가상통화를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과의 연결을 차단한 상태로 보관하는 형태를 뜻한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만일 개인 간(P2P) 거래를 했을 경우 거래 후 가상통화를 받은 사람의 지갑 주소를 공개하지 않으면 현금화 되기 전까지는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거래소를 상대로는 자산의 흐름 등을 추적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가상통화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소재 거래소에 전자지갑을 만들었다면 충분히 추적이 가능하다”면서도 “아예 개인지갑 내역까지 이동식저장소(USB)에 담아 제출하도록 해야 좀 더 확실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상통화는 은행·증권 등 레거시(전통) 금융보다 전문가가 적어 섭외가 어려울 뿐더러 금융자산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보니까 조사 범위에 대한 규정도 없어 난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통화에 대해서도 이해충돌에 대한 감시 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확산되는 분위기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이해충돌의 문제가 주로 기업 투자, 토지와 부동산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면 이제는 가상통화에 대해서도 이해충돌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직무관련성이 짙은 정무위나 법사위 소속 의원, 보좌진 대상으로는 ‘포괄적 직무관련성’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옥다혜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도 “특정 상임위 소속 의원들 같은 경우 반드시 관련 입법에 참여하진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국 기관을 소관하고 있기 때문에 가상통화 보유 여부에 대한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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