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와 주장도 엄지척' 女 배구 대표팀, 김연경 합류 효과 톡톡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이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선수가 아닌 어드바이저로 합류해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김연경은 2021년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태극 마크를 반납했다. 그런데 대표팀은 김연경 은퇴 후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전패, 세계선수권 대회 1승 5패 등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다.
올해에도 VNL, 올림픽 예선, 아시안 게임 등 국제 대회를 앞둔 가운데 대한배구협회는 반등을 위해 김연경을 어드바이저로 위촉했다. 2006년부터 15년간 태극 마크를 달고 여자 배구의 2012 런던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이룬 김연경의 풍부한 경험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
아직 대회를 치르진 않았지만 김연경 효과는 벌써 드러났다. 김연경은 2023 VNL 출전을 앞두고 지난달 24일부터 진천 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대표팀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소속팀 일정 탓에 아직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한유미 코치가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한 코치는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지도자로서 첫 발을 디뎠지만 김연경의 지원 덕분에 세자르 감독의 빈자리를 잘 메우고 있다.
한 코치는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공개 훈련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도자로 처음 시작했는데 감독님이 바로 합류하시는 게 아니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선수들과 김연경 어드바이저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특히 김연경 어드바이저는 최근 세계 배구의 흐름에 대해 알려주고 해외 지도자들의 훈련 방식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장 박정아(30·페퍼저축은행)를 비롯한 선수들은 아직 '어드바이저'란 호칭이 어색한 듯했다. 박정아는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끼리는 (김)연경 언니라 부르는데 많은 카메라 앞에서는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박정아는 김연경의 합류로 주장 완장의 무게를 조금 덜 수 있었다. 그는 "힘든 부분을 털어놓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한유미 코치님이나 연경 언니가 먼저 물어봐 주셔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연경 언니는 우리가 모르는 선수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 상대 선수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선수가 아닌 어드바이저 신분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김연경은 "태극기가 달려 있는 유니폼을 입는 거는 항상 좋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오랜만에 대표팀에 와서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까 옛날 생각이 많이 나고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드바이저 역할을 수락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배구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국 배구가 더 발전할 수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면서 "협회에서도 좋은 제의를 해주셔서 수락하게 됐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아직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드바이저를 맡아서 걱정을 하신다"면서도 "선수 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게끔 일정을 잘 조절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아직 V리그에서도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다시 태극 마크를 달고 코트를 누빌 생각은 없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김연경은 "그런 질문을 많이 듣긴 하지만 뛰고 싶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선수들을 지원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대표팀은 최근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김연경은 새롭게 합류한 젊은 선수들이 반등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지원(22), 문지윤(23·이상 GS칼텍스), 김다은(22·흥국생명) 등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생애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았다. 김연경은 "젊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활력이 생겼다. 작년보다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여러 국제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오는 9월 열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 하지만 김연경은 "당장은 VNL에서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우선이다. 누가 봐도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VNL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려서 남은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출전에 앞서 오는 30일부터 VNL 일정에 돌입한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 획득을 목표로 삼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경은 "아시안게임은 모든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대회다. 선수들도 임하는 각오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대표팀에 발탁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메달을 딴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책임감을 갖고 대회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 한다. 김연경은 "부담이 될 것 같아서 조언을 많이 하진 않는 편이다"라면서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작년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할 때 분위기를 보면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고 칭찬했다.
이번에 어드바이저로 합류하면서 김연경도 많은 걸 느끼고 있다. 그는 "처음 해봤는데 쉽지 않다. 선수할 때가 제일 좋았다는 걸 다시 한 번 더 느꼈다"면서 "어드바이저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있다. 향후 진로를 선택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표팀은 오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튀르키예, 브라질 그리고 경기도 수원시에서 개최되는 2023 VNL에 출전한다. 김연경은 VNL 튀르키예 1주 차까지 동행한 뒤 향후 개일 일정에 따라 부분적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진천=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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