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통과 가능성"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심평원이냐 보험개발원이냐 막판 쟁점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도입,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에 여야가 합의

김종민 위원장이 지난 1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3.01.16. 사진=뉴시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실손보험대책TF 김승진 위원장 및 위원들이 15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재벌 보험사 배불리는 실손보허 간소화법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5.15. 뉴시스

[파이낸셜뉴스]소비자의 실손보험 청구 절차와 방법을 간소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14년 만에 국회 소위원회 의결 직전까지 왔다. 막판 쟁점은 청구 중계기관을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할지 민간단체인 보험개발원으로 할지다.

1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의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복수의 정무위 관계자들은 "극히 일부 의원이 이견을 내고 있고 여야 의원들 모두 법안 의결에 뜻을 모은 상황"이라며 통과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4월 25일 법안소위까지 심사한 결과 합의가 도출된 내용도 많다.

우선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도입하고,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에는 여야가 합의했다. 의료법과 약사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는 서류 전송 요청에 따르도록 한 내용도 합의를 이뤘다. 전산시스템의 경우 보험회사가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토록 하고 비용도 보험사가 부담한다. 서류 전송과 관련해서는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업무 외 사용과 보관을 금지하는 등 보안 관련 내용도 합의됐다.

막판 쟁점은 전산시스템 구축과 운영 사무를 맡아서 하는 기관을 어디로 할지다.

의료계에서는 보안성, 전문성 등을 이유로 정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와 다수 의원들은 보험개발원으로 하거나,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자는 데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일부 의원은 의료업계 입장과 보안성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표하고 있다.

중계기관을 두고는 업계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각 업계 수익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 "급여항목의 경우 정부가 정하는 의료 수가에 따라 진료가 이루어지지만, 비급여는 의사가 부르는 게 값"이라며 "이러한 데이터가 쌓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관리하게 되면 비급여 항목 진료에 대한 통제가 들어올까 봐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원의사들이 비급여 항목의 무분별한 진료비 과잉 청구에 대한 제약이 생길 것을 막고자 법안 통과를 반대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비급여 항목 가격에 대한 통제를 우려하는 반면, 보험업계는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이 되더라도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고 맞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보험사도 (환자 의료 정보를) 전산 처리만 하지 않을 뿐 수기로 입력해서 가지고 있다"면서 "법에도 관련 행위에 대한 처벌이 명시돼 있을 뿐더러 악용하는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중계기관에 대한 막판 쟁점만 해소될 경우 이달 내 소위 통과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협의체를 통해 금융당국과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이라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통과에 대비해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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