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조금은 `쌈짓돈`...나랏돈으로 집 사고 차 산 시민단체들

박양수 2023. 5. 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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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조금으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손녀에게 말을 사주고, 가족의 골프·콘도 이용 등에 사용해온 마치 내돈처럼 써온 비영리 민간단체 대표 등이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16일 10개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조직적인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단체 대표 등 16명을 횡령·사기·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이 단체가 이런 식으로 가져간 국고보조금은 본부장 자녀의 사업과 주택구입, 손녀 말 구입 및 유학비, 본부장과 가족의 골프·콘도 이용 등에 쓰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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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윤미향의 '정의연 사태' 계기로 작년 8월부터 감사
10개 비영리 민간단체 16명 횡령·사기·보조금법 등 위반혐의 수사 요청
행안부 등 8개 정부기관도 감사
국고보조금으로 손녀 말 구입하고 유령직원 월급…도덕적 해이 심각
[아이클릭아트 제공]

정부 보조금으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손녀에게 말을 사주고, 가족의 골프·콘도 이용 등에 사용해온 마치 내돈처럼 써온 비영리 민간단체 대표 등이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16일 10개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조직적인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단체 대표 등 16명을 횡령·사기·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또 부정행위를 도운 21개 거래 업체와 직원 36명에 대해서도 관련 내용을 경찰에 전달했다.

감사원은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대표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정부 보조금 유용 혐의 재판을 계기로 작년 8월부터 정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일반 시민들의 제보를 받는 한편 행정안전부·통일부·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여성가족부 등 8개 정부 기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감사 결과 △강사료·인건비 돌려받기 △허위 용역계약 체결하고 보조금 받기 △근무일 허위 작성 등 다양한 횡령 수법이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2021년 문체부와 국방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한 민간 단체는 본부장과 회계 간사가 공모해 총 약 10억5300여만원을 빼돌렸다.

해당 단체는 국군 장병들에게 문화지원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단체의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한 본부장은 회계 간사 지인 등을 강사로 등록하게 하고 400회 넘게 강사료를 지급했고, 그 돈을 다시 가족 등을 통해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1억3000여만원을 횡령했다.

물품·용역 대금 부풀리기도 적발됐다. 이들은 영상 제작업체 등 16개 업체에 81회에 걸쳐 물품·용역 대금을 주고, 사업 취소 등 이유를 내세워 일부 대금을 되돌려받았다. 현수막 제작 업체 등에도 18회에 걸쳐 대금을 부풀려서 지급한 뒤, 남는 돈을 돌려받았다.

감사원은 "이 단체가 이런 식으로 가져간 국고보조금은 본부장 자녀의 사업과 주택구입, 손녀 말 구입 및 유학비, 본부장과 가족의 골프·콘도 이용 등에 쓰였다"고 밝혔다.

허위로 직원 인건비를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수법도 여러 건 적발됐다. 한 공공외교 관련 보조단체 대표는 행사 지원 인원에게 회당 500만∼800만원씩 근무비를 준 뒤 바로 계좌이체로 이 돈을 돌려받았다. 그래놓고는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에 다시 인건비 지급 사항을 올려 정부 보조금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여성인권 관련 보조단체 비상근 대표는 여성가족부 보조사업 참여 과정에서 해외여행을 하고는 근무한 것처럼 확인서를 작성했다. 총 근무일 100일 중 73일은 근무하지 않았는데도 인건비 665만원을 받아갔다.

한 동·식물 보전사업 단체 대표와 회계담당자는 이미 퇴직한 직원들이 정부 보조금으로 계속해서 인건비를 받도록 한 뒤, 수령 계좌와 연결된 현금카드를 자기 돈처럼 쓰고 다녔다. 이들은 퇴직 직원의 현금카드를 103회 사용해 인건비 2억9900만원을 빼돌렸다. 빼돌린 돈으로는 자동차 구입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 가족이나 지인 운영 업체에 허위 용역계약을 발주한 뒤, 1억여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2013∼2021년 여가부에서 억대 지원금을 받은 한 청소년보호 관련 단체 대표는 자신과 이 단체 이사가 운영하는 기업 각각에 전산 용역계약과 홍보물 제작 계약을 체결해 1억6200여만원을 돌려받았다. 물론 전산 개발이나 홍보물 제작은 없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정부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실시했다"며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감사결과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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