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추천 마감날, 檢 압수수색…바람 잘 날 없는 KT

변휘 기자 2023. 5. 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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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의 모습. 2023.05.16./사진제공=뉴시스

KT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공백' 사태의 해소를 위해 새 이사회 구성에 돌입했지만, 동시에 사정당국의 칼끝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16일 새로운 이사회를 꾸릴 '주주 추천 사외이사 예비후보'의 접수가 마감된 가운데, 공교롭게 구현모 전 대표 등 경영진이 연루된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KT 내부에선 '바람 잘 날 없다'는 한숨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KT는 이날 오후 1시까지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을 신청받았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의 개선안에 따라 사외이사 예비후보군 구성에 주주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6개월 이상 1주 이상'을 보유한 모든 주주에게 추천권을 부여한 바 있다.

실제로 다수 주주가 추천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KT는 이날 오후 주주 추천한 후보군의 전체 규모를 밝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집계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추천서는 KT 광화문빌딩 방문 또는 등기 우편으로 접수해야 하는데, 우편 발송이 예상보다 많았다는 후문이다.
다수 주주 참여…새노조·소액주주도 "사외이사 추천"
일부에선 추천 사실을 공개했다. KT의 소수 노조인 'KT새노조'는 이날 김종보 변호사를 사외이사 예비후보로 추천했다. 새노조는 "김 변호사는 공정거래·상법·노동 등 분야 법률전문가로 한국 사회의 정경유착 문제와 비합리적 기업경영 문제에 대해 소신 있게 발언하고 개혁을 추구해 왔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소액주주도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에 나섰다. 네이버 카페 'KT 주주모임' 운영자는 지난 9일 공지글을 통해 "KT 사외이사 선임에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면서 카페 구성원들로부터 적합한 인사의 추천을 부탁했다. 또 다른 카페 회원은 '알바트로스'라는 닉네임의 카페 운영자를 직접 예비후보로 추천했다는 글을 올렸다.

KT는 주주 추천 예비후보군과 외부 전문기관(서치펌) 추천을 더 해 심사한 뒤 예비후보군(롱리스트)을 구성한다. 적어도 1명 이상 주주 추천 인사를 포함할 계획이다. 이어 외부 전문가 5인의 '인선자문단' 심사로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을 꾸리고, 현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2차로 심사해 최종 사외이사 후보를 확정·공시한다. 또 내달 말 이들을 선임하는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다.
檢, '일감 몰아주기' 압수수색…숨죽인 KT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떼는 날이지만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도 본격화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날 오전 KT 관계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거래상지위남용)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KT 광화문 사옥을 비롯해 계열사, 협력업체,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구 전 대표 등이 그룹 보안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관리업체인 KDFS에 몰아준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KT가 KDFS에 유리하게 품질 평가 기준을 변경해 일감을 몰아주고,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들과는 계약 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꾸며 물량을 조절한 것으로 본다. 이에 검찰은 최근 장지호 KT텔레캅 대표를 포함한 KT 계열사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여러 차례 소환 조사했다.

KT는 바짝 긴장한 표정이다. 지난 3월 시민단체의 구 전 대표 등에 대한 고발, 검찰의 사건 배당이 이뤄진 만큼 이날 압수수색도 예정된 수순이지만 사태의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의주시하는 표정이다. 특히 지금은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뗀 구 전 대표뿐만 아니라 현 경영진도 일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 대행을 맡아 사태 수습에 주력하고 있지만, 압수수색 범위가 본사는 물론 계열사와 협력 업체 등 10여곳에 달한 만큼 수사가 확산하면 내부의 혼란도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KT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추천·확정, 이후 새로운 대표이사 추천·확정 등 지배구조 이벤트가 줄줄이 다가오는데, 매 고비마다 검찰의 수사 내용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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