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비영리 민간단체 16명 수사요청···‘보조금 10억 빼돌려 손녀 말 사준 본부장’도

조문희 기자 2023. 5. 1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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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감사원장(오른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국고보조금을 받는 비영리 민간단체 900여곳을 감사해 관계자 16명을 횡령·사기·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요청했다고 16일 밝혔다. 감사원이 확인한 총 범죄금액은 17억4000여만원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시민단체 때리기’ 기조에 맞춘 코드 감사란 지적도 제기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10일부터 올해 2월3일까지 회계부정이 의심되는 비영리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당초 감사원은 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서울시 등 보조금 사업 규모가 큰 7개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와 연관된 1716개 시민단체를 감사 대상으로 꼽았지만 이후 연간 보조금 교부액이 1억원 이상인 단체 등 900여곳으로 감사 범위를 집중했다. 범죄 혐의점이 확인된 수사요청 대상은 16명이며, 범죄 행위 조력 의심자까지 범위를 넓히면 총 73명이 수사 의뢰 대상에 올랐다. 감사 기간은 총 세 차례 연장됐다. 감사원은 “점검 결과 10개 단체의 조직적(대표 지시, 거래업체·직원과 공모) 횡령을 확인했다”며 수사요청 배경을 밝혔다.

적발된 단체들은 내부 직원이나 외부 업체와의 공모를 통해 보조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국방부 보조사업에 참여한 문화 관련 사업 비영리단체 본부장 A씨는 가장 많은 액수인 총 10억5300여만원을 횡령했다. 그의 수법은 단체 회계 간사인 B씨의 남편,․지인 등 19명을 허위 강사로 등록해 강사료를 지급한 뒤 추후 되돌려받는 방식 등이었다. A씨는 이렇게 얻은 돈을 손녀의 승마용 말 구입이나 유학비 지원, 자녀 사업자금 및 주택 구입비로 썼다. 이외 공공외교 관련 보조단체 대표, 여성 인권 관련 보조단체 비상근 대표 등이 횡령·부정수급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대표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정부 보조금 유용 논란이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8월 감사 착수를 알리며 “얼마 전 어느 민간단체의 국고보조금 등 회계부정 문제가 제기돼 재판이 진행되는 등 비영리 민간단체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의연은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을 감안해 이번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규모가 급증한 것도 감사 착수의 계기가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은 2016년 3조5571억원에서 2022년 5조4446억원으로 1조8875억원(53.1%) 늘었다. 감사원은 “비영리 민간단체의 공익활동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액 증가에 따라 횡령 등 회계부정이 지속되고 있어 집행실태의 점검 필요성 증대”라고 감사 배경을 밝혔다.

감사원 감사를 윤석열 정부의 시민단체 압박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정의연 사건을 거론하며 ‘시민단체 불법이익 전액환수’를 공약했고, 감사원은 윤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시민단체 회계 비위 관련 보고’를 하며 시민단체 국고 보조금 사업 관련 모니터링(감시) 실시 계획을 밝혔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지난해 12월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제고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정부 전체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해 파악하고, 그 토대 위에서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언론 대응 방식도 눈에 띈다. 감사원은 이날 언론에 비영리 민간단체 관계자 수사요청 보도와 관련해 언론 대응 창구를 대변인실·홍보담당관실이 아닌 특별조사국으로 안내했다. 감사 수행 주체인 특별조사국장 등의 개인 번호까지 공개했다. 대변인실이 아닌 감사 담당자가 언론 대응을 맡은 건 이번 정부 들어 두번째다. 감사 담당자가 이전에 대언론 업무를 맡은 사례는 지난해 10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때였다. 서해 감사 역시 전 정부를 겨냥한 정치 감사, 현 정부 코드에 맞춘 코드 감사 논란이 인 바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내용이 복잡해 담당자에게 설명 업무를 맡긴 것일 뿐”이라며 언론 대응 창구 변경 취지를 설명했다. 감사 배경에 대해선 “모니터링 실시 결과 감사로 구체화된 것이고, 지난해 상반기 감사계획 공지를 통해 감사 착수 계획을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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