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베트남→태국으로 발 넓히는 애플… ‘신흥시장 강자’ 삼성전자 위협
인도서 탈중국 효과 확인… 태국서도 맥북 생산 준비
‘신흥 시장 1위’ 삼성전자, 플래그십 확대로 수성 나서
애플이 인도, 베트남에 이어 태국으로 손을 뻗고 있다. 미·중 갈등에 울며 겨자먹기로 펼치던 탈(脫)중국 전략에 마침내 힘을 주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신흥 시장 강자’인 삼성전자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애플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18일(현지시각) 오전 베트남에 온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그동안 라이선스 공급업체를 통해 베트남 시장에 제품을 판매해오던 애플이 공식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업계는 이를 베트남 오프라인 매장 개설이 머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애플은 2020년 9월 인도에 온라인 매장을 연 뒤 3년 만인 지난달 18일과 20일 각각 뭄바이와 델리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로이터는 “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앞서 온라인 매장을 열곤 한다”며 애플의 디어드리 오브라이언 리테일 담당 수석 부사장이 이번 온라인 매장 개설과 관련해 “베트남에서 사업을 확장하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한 사실에 주목했다.
애플은 베트남을 맥북 생산 거점으로도 검토하고 있다. 애플의 맥북 위탁생산 제조업체인 콴타컴퓨터는 최근 베트남 북부 남딘시 정부와 1억2170만달러(약 1629억원) 규모의 신규 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은 올해 2월 베트남 사이공 박장 산업단지 내 45만㎡ 규모 부지를 임대한 데 이어 이달 9일 베트남 중부 응에안성에 위치한 48만㎡ 규모 토지의 사용권을 취득했다. 애플은 지난해 말 폭스콘에 맥북 생산라인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등의 생산라인은 각국에 분산 배치하면서도 맥북의 생산라인은 중국에만 뒀다.
업계에선 지난해 코로나19발(發)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 가동중단 사태를 계기로 애플이 탈중국 의지를 완전히 굳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 격화에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길 주저하던 애플이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연간 2000만대가 넘는 맥북 생산에 차질을 빚자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란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말 애플이 폭스콘 사태를 계기로 “공급업체들에 아시아의 다른 지역, 특히 인도와 베트남에서 제품을 더 많이 조립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후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대(對)인도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을 통해 탈중국 효과도 확인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전 세계 아이폰 생산량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1%에서 지난해 7%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애플이 인도 내 아이폰 생산 비중을 2025년 2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쿡 CEO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인도 사업에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인도가 급격한 변화를 맞는 ‘티핑 포인트’에 있으며 애플은 인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투자자문사 딥워터애셋매니지먼트는 애플 전체 매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3%로 추산했다.
애플은 에어팟 생산라인도 인도로 옮길 작정이다. 이를 위해 폭스콘을 통해 지난 12일 인도 남부 텔랑가나 주에서 첫 삽을 떴다. 텔랑가나 주 정부는 전날 폭스콘이 해당 공장 설립에 5억달러(약 6694억원) 이상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간 아이폰 생산량의 70%를 맡아온 폭스콘은 올해 초 애플과의 결속력 강화를 위해 에어팟 생산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인도, 베트남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태국으로까지 발을 떼는 모양새다. 닛케이아시아는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이르면 연내 맥북 양산을 목표로 태국 현지 기업과 접촉 중이라고 전했다. 스티븐 챙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밟아온 일련의 단계를 두고 “오는 2030년까지 중국 의존도를 20~40%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탈중국 행보로 신흥 시장 내 삼성전자의 입지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무기로 수년째 인도, 베트남, 태국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점유율 1, 2위를 다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20%), 비보(17%), 샤오미(16%), 오포(12%), 리얼미(9%) 순이다.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점유율 36.6%(지난해 기준)로 1위에 올랐다. 애플은 13.1%로 오포(20.4%), 샤오미(14.8%)의 뒤를 이어 4위에 머물렀다.
인도의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미 삼성전자가 애플에 밀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3분기 인도의 3만루피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삼성전자였다. 사상 처음으로 아이폰13이 전체 인도 스마트폰 분기별 출하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결과였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인도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평균판매가격(ASP)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며 “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 늘어난 인도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기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현지 생산 제품군을 기존 중저가 위주에서 플래그십 위주로 확대하며 대응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갤럭시S23 현지 공급 물량 100%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5·폴드5의 초도 물량도 인도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올해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S23 시리즈 언팩 간담회에서 “인도에서 1위를 탈환하고 지키는 것이 목표다”라며 “인도 시장에 맞는 온라인 모델 운영과 현지 소비자 수요에 맞춘 최적화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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