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만료되는데 미국 바이오테크 ETF 되려 17% 껑충…왜?
미국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한 달 새 17% 뛰었다. 대형 바이오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대대적인 M&A(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중소형 미국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ODEX 미국S&P바이오(합성)' ETF의 1개월 수익률은 17.73%를 기록했다.
'TIGER 미국나스닥바이오' ETF도 같은 기간 3.64%의 수익률을 올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상장된 미국 바이오 관련 ETF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전날 기준 'ALPS Medical Breakthroughs (티커 SBIO)' ETF의 1개월 수익률은 17.55%, 'SPDR S&P Biotech (XBI)' ETF의 수익률은 11.97%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하락했던 미국 바이오주들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대형 바이오 기업들의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가 대거 만료되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연간 매출 10억달러(약 1조원)가 넘는 제품이다. 특허가 보장되는 기간은 다른 회사에서 복제약을 만들 수 없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한다. 그러나 특허가 끝나는 순간 복제약이 시장에 나오면서 경쟁자가 늘어나고, 매출도 급감한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특히 2026~2029년 사이에 화이자,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BMS 등 대형 바이오 기업들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는 등 '특허절벽'이 다가온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대형 제약사들은 M&A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바이오 산업의 경우 대형 바이오 기업이 중소형 바이오 기업을 M&A하는 경우가 흔하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는 중소형 바이오 기업을 사들일 경우 그 시간과 비용을 훨씬 아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3월 화이자는 미국의 암 관련 생명공학 기업인 씨젠(Seagen)을 430억달러(약 57조원)에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116억 달러(약 16조원)에 바이오헤이븐(Biohaven)을 샀다. 일라이 릴리는 4억9000만달러(약 6548억원)에 아쿠오스(Akouos)를 인수했다.
이 때문에 최근 대형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대상의 신약을 개발 중이거나, 임상하고 있는 중소형 바이오 기업들이 주목받으며 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항체약물접합체(ADV) 개발사인 이뮤노젠(ImmunoGen)의 주가는 전날 기준 한달 간 233.66% 뛰었다.
배 연구원은 "바이오 기업은 소형 성장주인 경우가 많아 고금리 정책의 지속 등 리스크가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형 바이오기업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현재 산업 측면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바이오주들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만큼 국내 바이오주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 국내 바이오 ETF들의 수익률은 미국 바이오 ETF에 비해서는 부진하다. 이날 기준 'KODEX 바이오' ETF의 1개월 수익률은 -8.12%, 'TIGER KRX바이오K-뉴딜' ETF의 수익률은 -4.53%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상황은 안정되고 있고, 대형 바이오기업들은 특허 만료에 대비한 파이프라인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초 기대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는 있지만 국산 신약의 성과도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개발 기업에 주목할 만한 시점"이라며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신약후보물질의 기대 수익이 얼마 만큼인지를 따지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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