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인민은행 "디플레이션 없다" 강조하지만…시장은 '글쎄'
로이터 "中4월 소매판매·산업생산, 시장 기대치 못 미쳐"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중국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없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이 최근 침체한 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유동성을 대거 풀고 금리를 잇달아 인하·동결하는데도 물가가 정체하거나 하락하는 상황이 이어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나온 당국의 공식 반응이다.
16일 중국 신랑망(新浪網·시나닷컴)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전날 펴낸 '2023년 1분기 중국 통화정책 실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된 이후 제기되기 시작했다.
3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에 그쳐 전달인 2월(+1%)보다 떨어졌고, PPI도 2월 -1.4%에서 3월 -2.5%로 오히려 낙폭을 키우는 등 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이어 4월 CPI는 1년 전보다 0.1% 올랐으나, 전월 대비로는 0.1% 내렸다. 수치로는 다소 회복되는 듯하지만 소비 회복이 더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같은 달 PPI도 3.6% 내려 전달(-2.5%)보다 하락 폭이 더 확대됐다.
중국 PPI 상승률은 2021년 10월 13.5%로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상승 폭을 줄였다. 작년 10월에는 -1.3%를 기록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11월(-1.3%)과 12월(-0.7%), 올해 1월(-0.8%)과 2월(-1.4%)에 이어 3월과 4월에도 마이너스 추세를 이어갔다.
특히 인민은행이 지난해 4월과 12월에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지급준비율을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한 데 이어 지난 3월 27일부터 0.25%포인트를 더 내려 약 5천억 위안(약 9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가운데 나온 현상이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통화 공급은 증가하는데도 공장 가동은 줄어들고 물가 하락세가 이어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 내에 불안 심리가 광범위하게 퍼진 분위기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 3.0%라는 최악의 수준을 기록한 이래 올해 1분기 4.5%로 회복됐다지만, 인공지능(AI)·첨단 반도체 등에 대한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포위망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를 낙관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미래가 불안한 탓에 중국 GDP의 2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은 냉기가 감돈 지 오래다.
중국의 3월과 4월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각각 19.6%와 20.4%로 작년 12월(16.7%), 1∼2월(18.1%)에 비해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보여준다.
중국 당국 싱크탱크 사회과학원의 류위후이 교수가 최근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면서 "경기후퇴 구간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언급한 내용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기도 했다.
상하이 소재 경제지 제일재경(第一財經)은 15일 자에서 상하이·지린·랴오닝·허난·안후이·구이저우·산시(山西)성 등 7개 성·시(省·市)에서 지난 4월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해 '준 디플레이션'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민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디플레이션은 없다고 단정하고 나선 것이다.
인민은행은 보고서에서 올해 5∼7월의 CPI 역시 단계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지난해 2.5% 물가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기저효과가 줄어들수록 중국 당국의 정책적 효과가 부각되고 시장 메커니즘이 본격화함으로써 중국 경제의 자체적 동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으며, 단지 회생 속도가 다소 더디다는 것이다.
인민은행은 디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의 지속적인 마이너스 성장과 통화 공급량 감소 추세 속에서의 경기 후퇴를 의미한다면서, 현재 중국의 소비자 물가는 완만하게 상승 중일뿐더러 근원 CPI 상승률은 0.7%로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중국의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18.4%와 5.6%로 집계됐다고 국가통계국이 이날 밝혔으나, 이는 시장의 기대치인 21.0%와 10.9%보다 낮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4월은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차단할 목적으로 상하이시를 포함해 일부 도시를 본격적으로 봉쇄하는 바람에 소비가 급감했던 시기로, 그때와 비교해 4월 소매판매 18.4% 증가는 기대 이하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하반기에 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실제 인민은행은 전날 '적절한' 수준의 통화·신용 공급을 약속하면서 정책적인 지원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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