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멕시코 전기차 공장 신설 검토···전기차 전환 일환
기아가 멕시코에 신규 전기차 공장 건설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기존 멕시코 내연기관차 공장 근처에 전기차 공장을 새로 짓는 방식이다.
멕시코에 전기차 공장을 지으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기아는 “검토 중인 단계”라고만 했다. 현대차그룹은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해 모든 공장에서 전기차 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멕시코 전기차 공장 신설 검토도 이런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기아의 멕시코 공장 신설 검토는 사무엘 가르시아 멕시코 누에보레온 주지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16일 알려졌다. 가르시아 주지사는 ‘한·중남미 미래협력포럼’ 참석차 최근 방한해 기아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가르시아 주지사는 SNS에 “기아가 공장을 확장하고 두 가지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한다”며 “10억 달러(1조3387억원) 규모”라고 적었다.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의 전시관 사진도 함께 올렸다. 새 전기차 공장에서 EV9이 생산될 것이란 뉘앙스로 해석된다. 다만 가르시아 주지사는 이후 “10억 달러”라고 규모를 쓴 글 내용과 함께 올린 EV9 전시관 사진은 삭제했다.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에는 기아의 내연차 공장이 있다. 기아는 2016년 9월 몬테레이 공장을 준공해 운영해왔다. 이 공장은 연간 40만대를 생산할 수 있고 K3와 프라이드 같은 작은 차종을 생산한다. 가르시아 주지사의 설명대로라면, 기아는 기존의 몬테레이 공장 옆에 새로운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
하지만 기아는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을 내세우며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 전기차 생산량 364만대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워뒀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기존 내연차 공장들을 차례차례 전기차 생산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기존의 모든 공장들을 대상으로 인근에 전기차 공장을 새로 짓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멕시코 전기차 공장 증설 여부도 아직은 이런 움직임 중의 하나일 뿐이란 입장이다.
멕시코 공장은 장단점이 있다. IRA는 멕시코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우해준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도 보조금 수령 자격이 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 시장과도 붙어 있고 특히 인건비가 싼 편이다. 아직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전기차 생산비를 낮출 매력이 있다. 다만 배터리 조달, 품질 관리 등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멕시코는 IRA 요건을 충족하는 곳이고 인건비 등 비용에서도 신흥국이라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자동차 내수 시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품질 관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멕시코는 IRA 요건을 충족시킨다는 장점이 있지만 배터리 조달 등은 쉽지 않다”며 “가르시아 주지사가 조금 빠른 시점에 일방적인 희망을 얘기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실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은 멕시코 정부의 보조금 지급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현지공장 건립에서도 보조금 액수가 마지막 열쇠가 돼왔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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