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직권재심 28·29차…희생자 60명 전원 무죄

기사내용 요약
제주지법 제4형사부 16일 재심 2건 진행
"폭도자식 소리 들으며 죽지 못해 살았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75주년 제주4·3추념일인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은 유족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2023.04.03.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70여 년 전 아무런 이유 없이 끌려가 유죄 판결을 받은 제주4·3 희생자 60명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부장판사 강건)는 16일 검찰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28차 및 29차 직권재심을 열고 희생자 60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대상인 희생자들은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제주도 일원에서 내란죄 또는 국방경비법 위반죄로 불법 군사재판에 회부, 유죄 판결을 받고 형무소 등에서 수형인 생활을 하다 총살 또는 행방불명됐다.

이날 법정에서는 유족들이 70년 넘게 말하지 못했던 제주4·3의 상흔을 전했다.

희생자 고 현만선의 딸 현복렬씨는 "제가 3살이었을 때, 경찰이 집에 있는 아버지한테 '사람을 찾아야 하니 나오라'고 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며 "이후 할머니하고 같이 살았는데, 정말이지 죽지 못해 살았다. 사람들이 '폭도자식'이라고 하고, 아버지의 호적으로 올릴 수 없었다. 아버지는 지금도 총각으로 돼 있다. 아버지의 죄를 깨끗이 씻어달라"고 말했다.

희생자 고 양제추의 딸 양점자씨는 "아버지가 군경에 끌려가시기 직전에 남긴 말씀이 있다"며 "아버지는 '나는 금방온다. 어느 밭은 뭐 심고, 어느 밭에는 감자 심어라. 나 곧 돌아온다'고 하시면서 끌려간 이후 행방불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유죄 판결을 받고 얼마 뒤 제주공항에서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며 "당시 29세였던 어머니는 힘들지만 홀로 다섯형제를 키우셨다. 애석하지만 지금이라도 명예회복이 되니까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희생자 고 양덕칠의 손자인 양윤경 전 서귀포시장은 이날 "작은 할아버지는 당시 소개령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과 공천포로 이동하던 중 군경에 끌려갔다가 얼마 후 석방됐다"며 "이후 고향인 남원읍 신례리로 돌아와 지내시다가 1950년 6·25전쟁 당시 예비검속에 의해 연행된 후 행방불명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연 국가가 여기 계시는 유족들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릴까, 국가는 피해자 입장에서 얼마나 생각하고 어떤 과점으로 대하고 있는 지를 볼 때 아직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국가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제주4·3사건은 한국전쟁 이후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희생자들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경에 연행돼 처벌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와 관련한 증거가 전혀 없다"고 말한 뒤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날 "뒤늦게나마 재심을 통해 피고인들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임을 밝히게 됐다"며 "형언할 수 없는 고초를 겪은 끝에 가족들과 단절된 채 망인이 된 피고인들이 안식할 수 있기를, 긴긴 세월동안 고통 속에 살아오며 한이 쌓일 수 밖에 없었던 유족들이 무죄를 통해 작은 위로를 얻을 수 있길 기원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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