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 비영리단체 73명 수사 의뢰”

허위 계약을 맺거나 인건비를 부풀린 뒤 되돌려 받는 수법 등으로 정부 보조금을 빼돌린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대거 적발됐습니다.

감사원은 정부 보조금을 횡령해 개인적인 용도로 쓰거나, 지급 목적과 다른 사업에 보조금을 전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 10곳의 대표와 회계담당자 등 모두 7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군인 책 읽기 사업' 보조금 횡령 의혹...손녀 '말(馬)' 구입에도

감사원에 따르면 A 민간단체는 2017년부터 5년 동안 군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책 읽기 사업을 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에서 146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감사원은 이 단체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인을 강사로 임명해 강사료를 지급한 뒤 되돌려받거나, 현수막 등의 물품과 용역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5년간 10억 5천만 원 정도를 횡령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횡령한 국고보조금은 이 단체 임직원의 사업비나 손녀의 말(馬) 구입비, 유학비 등에 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퇴직자' 이용해 보조금 빼돌린 환경단체도 적발

퇴직한 직원에게 정부 보조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한 뒤, 인건비 계좌와 연결된 현금카드를 받아 쓴 B 환경단체 단체 대표와 회계담당자도 적발됐습니다.

감사원은 이들이 퇴직 직원의 현금카드를 103차례 쓰면서, 인건비 명목으로 받은 2억 9천900만 원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평소 거래하던 공사업체 7곳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뒤 돈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자동차를 구매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감사원은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C 환경단체 역시, 퇴직 연구원이나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은 연구원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뒤 돌려받는 방식으로 천6백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감사원에 적발됐습니다.

■감사원 "세월호 관련 정부 보조금 270만 원 횡령"

세월호 참사 특별법에 따라 안산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지역 공동체 회복사업을 했던 D 단체의 대표는, 자신의 아내가 운영하는 인쇄업체에 인쇄물 제작용역을 맡기고 계약금과 하도급액의 차액인 270만 원을 횡령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감사원은 안산시에서 같은 명목의 보조금을 받은 또 다른 단체의 경우, 애초 역사와 인문학 독서 토론을 하겠다고 해 놓고 실제론 남북 관계와 북측 제도를 탐구해 380만 원의 활동비를 사업 목적과 다르게 집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감사원은 2021년 비영리민간단체의 보조금과 후원금 유용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연간 감사계획에 반영한 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보조금 사용 실태를 감사해 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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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