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원할 땐 대화 없더니" 홍삼 들고 강제 동원 피해자 집 방문한 외교부

외교부 고위 관료가 동의도 얻지 않은 채 강제 동원 피해자 자택을 방문해 쪽지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14일 강제 동원 피해자 양금덕 씨에게 남긴 쪽지를 공개했다.

서 국장은 친필 쪽지에 "최근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되는 마음에 자택을 찾았다"면서 "조속히 쾌차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리며, 허락해 주신다면 조만간 다시 찾아뵙고 궁금하신 점들을 설명 올리도록 하겠다"고 남겼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양 씨는 지난달 14일부터 광주시 소재 모 병원에 한 달 넘게 입원 중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앞선 12일, 양 할머니의 소송대리인에게 양 할머니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리인이 "양 할머니가 입원 중이며 만나기 어렵다, 상의는 해보겠다"고 답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이사장은 양 씨 가족들에게 외교부 면담에 응할 것인지 물었고, 양 씨의 가족들은 "정작 필요할 때는 외면하더니 인제 와서 나눌 얘기가 있겠냐. 판결금 받으라고 사인해 달라는 것밖에 남은 일은 없을 것인데 만날 이유가 없다"며 거절했다.

시민모임의 주장대로라면, 외교부 관계자는 피해자 대리인이 만남을 거절했음에도 피해자의 집을 찾아 쪽지를 남긴 것이다.

시민모임은 "이날 서민정 아태국장 등은 양 할머니를 만나지 못하자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 소재 (강제 동원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 집에 찾았다"면서 "그러나 이 할아버지 역시 만나지 못하고 홍삼 선물과 함께 쪽지만 남기고 돌아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서 "이춘식 할아버지는 103세, 양금덕 할머니는 95세 고령이다. 중요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일에 대리인이나 지원단체, 가족이 배석해야 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아태국장이 무작정 지방까지 내려와 홍삼 세트나 들고 거리를 헤맬 만큼 외교부가 그렇게 한가한 부서인가"라며 "이번 행위는 소통이 아니라 기본적인 상식과 예의조차 저버린 피해자 괴롭히기다. 외교부는 무례하고 치졸한 짓을 당장 멈추라"라고 비판했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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