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피스 ‘제로 공실률’ 시대 곧 종말?… 美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에 촉각

백윤미 기자 2023. 5. 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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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무실 공실률 금융위기 이후 최고
재택근무·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사무실 수요 줄어
“국내도 시장침체·PF 위험 확대로 3~4년 뒤 영향 있을 것”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침체에 빠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이슈에 더해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 시장 역시 이 같은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전망이 많다. 서울 도심 지역이 ‘제로 공실률’을 기록할 정도로 오피스 시장 상황이 좋지만, 장기적으로 미국발(發) 쇼크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 빌딩 전경. /윤동진 기자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12.9%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고 공실률을 넘어선 수준이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공실이 증가하고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가치 하락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이번 상업용 부동산 침체는 자칫 금융위기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위스 국적의 글로벌 금융그룹 UBS AU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향후 5년 동안 약 5만개의 소매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됐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했고, 재택근무와 전자상거래 증가로 사무실과 소매점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업계에서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가 국내 시장에도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금리 상황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험노출액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미국 시장과 같은 맥락에서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은행권 금융사의 부동산 PF 관련 위험노출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출 91조2000억원, 채무보증 24조3000억원 등 총 11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말보다 2.6배나 늘어난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특성상 비은행권 대출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비은행권 위험노출액 확대는 시장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당장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활황이다. 오히려 임대료가 급등해 수익성이 올라가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 코리아에 따르면 1분기 서울 도심과 강남, 여의도의 A급 오피스(연면적 3만3000㎡ 이상) 공실률은 1.1%에 불과하다. 공실률이 8분기 연속 떨어진 결과다.

임대료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도심 오피스의 3.3㎡당 임대료는 1년 새 6.75% 올라 10만2905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강남 오피스 임대료는 3.3㎡당 9만7179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6% 상승했다.

하지만 글로벌 상황 속에서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미국에서 발생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서울 강남에 입주해 있었고 구조조정으로 인해 오피스 수요가 급감했던 등 전례도 있다. 마스턴투자운용에 따르면 자연공실률보다 낮았던 1%대 공실률을 기록한 서울 오피스 시장은 2009년 말 4%대로 급등했고, 오피스 거래량도 10.5% 감소한 4조3141억원에 그쳤다. 이번에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내 대기업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당시 오피스 준공 물량까지 급증해 공실 불안이 가중되자 오피스 빌딩은 호텔로 전환돼 지어지기도 했다. 종로구 미래에셋 광화문 사옥이 포시즌호텔로 용도변경했고, 거양빌딩이 신라스테이 광화문으로, 명동삼윤빌딩이 나인트리호텔로, 명동센트럴빌딩이 스카이파크1호텔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상황이 좋지 않다면 3~4년 정도 시차는 있겠지만 국내 시장도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과거 리먼사태 때 사례와 유사하게 현재 짓고 있는 오피스도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호텔 등으로 용도변경하는 전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달라진 일상에서 도심 오피스 빌딩에 대해 새로운 각도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가치 창출이 가능한 자산이 선별될 것이라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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