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 차이로 피해 인정 못받아”…국회 농성 나선 전세사기 피해자들
“확정일자·전입신고 하고도 대항력 밀려” “피해자 선별 개념 너무 억울”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금리가 올라서 매월 이자만 160만원 넘게 내고 있어요. 60만원도 안 되던 게 3배가 올랐어요. 그런데도 특별법상 전세보증금 기준과 1500만원 차이가 나서 피해자 인정을 못받고 조세채권 안분도, 저리 대출도 안 된대요.”
16일 오전 11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만난 전세사기 피해자 김해나씨(32·가명)의 말이다. 김씨는 이날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전세사기 피해자들로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와 함께 오전 9시30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정문 앞 연좌농성에 나섰다.
보증금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세사기 일당 ‘2400 조직’의 피해자인 김씨는 현재 국회 논의 중인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피해주택의 전세보증금이 특별법에 명시된 ‘최대 4억5000만원’을 초과한 4억6500만원이기 때문이다. 당초 6개였던 피해자 인정 요건은 여야 협상 과정에서 상당 부분 확대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셈이다.
김씨는 헤럴드경제에 “2021년에는 광명시에 깡통(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과 같거나 그보다 높은 주택)으로 4억5000만원이 넘는 집들이 있었다. 옆 빌라는 5억이나 했다”며 “1500만원 차이로 피해자가 아니라고 아예 배제가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김씨는 “저는 대신 매입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경매라도 진행하게끔 해 달라는 것”이라며 “조세 체납이 60억원 이상 걸린 상황이라 조세채권 안분이라도 해야 경매를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마저도 피해자여야 받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차윤미씨(38)의 경우 확정일자·전입신고를 마쳤음에도 대항력을 갖지 못한 사례다. 차씨는 2021년 9월 서울 종로구의 빌라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입주 당일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들고 잠적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직전 세입자는 빌라를 비워주지 않는 ‘점유’ 조치에 나섰다. 달아난 집주인 때문에 세입자 간 갈등이 생긴 것이다.
차씨는 “확정일자·전입신고를 다 했는데도 점유를 못해서 대항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짐을 컨테이너 물류센터에 맡기고 친척집 등 이곳 저곳을 전전하면서 일상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민사소송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주택만 서울과 경기권에 100여채”라며 “작정하고 바지사장을 세워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최대한 많은 피해사례를 지원할 수 있는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 저지당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의 누더기법 반대’, ‘전세사기·깡통전세는 사회적재난이다’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국회 국토교통위 국토법안심사소위의 특별법 심사가 끝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전세사기 피해자인 홍정훈씨(44)는 “저희는 이미 피해를 당한 게 확실하다. 숫자로도 피해가 확인되는데 (정부가) 피해자를 고른다, 선별한다는 개념이 너무 억울하다”고 지적했다. 홍씨는 “보증금을 다 찾는 건 기대도 안 한다. 절반 만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안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지난달 27일 정부·여당안이 발의된 이후 평행선을 달리며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앞서 정부 예산으로 전세사기 피해자의 전세보증금을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주장하는 반면, 정부·여당은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피해자와 형평성을 고려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미반환 전세사기 보증금을 사후정산 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오는 25일 전세사기 특별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번주까지 국토위 내에서 합의안 마련에 실패할 경우, 원내대표 간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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