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직 노조 간부에 수억 생계비 준 전공노…회계공개 거부
원주시공무원노조, 18일 경찰에
전호일 전공노 위원장 고소 예정
전공노 해직자 두 명,
영농조합·사단법인 임원 재직하며
노조에서 수십억 생계비 수령
전공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
고용부 자료제출·현장조사 거부
“전공노 내로남불에 분노·허탈”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영리활동을 한 해직 노조 간부에게 수억원대 생계비를 지급한 것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전공노는 정부의 요구에도 노조 회계 자료 제출과 현장 조사를 끝내 거부해 과태료를 물게 됐지만 여전히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강원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원공노)는 오는 18일 원주경찰서에 전공노 전호일 위원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문성호 원공노 사무국장은 “전공노는 원주시지부 해직자들이 규약을 위반한 사실을 명백히 인지하고도 조합원들에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생계비를 계속 지급해 명백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고소 취지를 설명했다.
원공노가 생계비를 부당 지급 받았다고 지목한 해직자는 전공노 원주시지부에서 활동했던 A씨와 B씨다.
A씨는 2004년 공무원노조 총파업으로 해직된 후 2021년 퇴임 전까지 17년간 지부장 등 노조 해직 간부로 활동했다. 전공노는 A씨처럼 해직된 노조 간부 130여명을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조합비를 걷어 공무원 급여에 준하는 생계비를 지급해왔다.
A씨는 노조 활동을 하며 원주의 한 영농조합법인에서 감사로 재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설립된 이 영농법인은 블루베리와 유사한 아로니아라는 과일을 재배해 농협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판매한다.
원공노는 A씨가 영농법인 감사로 재직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6년여간 최대 4억원에 달하는 생계비를 노조에서 수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A씨는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지방선거에 원주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문 국장은 “이는 전공노의 희생자(해직자) 구제 규정 제6조(지급의 제한) 및 희생자 구제 규칙 제6조(지급의 제한), 복무 규칙 제4조(복무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고 했다.
전공노는 해직자 생계비 지급 관련 규약을 통해 ‘수익사업을 하거나, 생업에 종사(취업 등)하는 자’에 대해 생계비 지급을 제한하거나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직자라도 겸직이 법적으로 금지된 공무원에 준해 생계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마련된 조항이다.
문 국장은 “전공노 원주시지부 회계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A씨의 생계비 지급과 관련해 규약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며 “공무원의 겸직이 법적으로 금지되고 위반할 경우 징계 등 처벌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그에 준해 생계비를 지급받은 A씨 사례는 명백한 규약 위반이자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B씨에 대해서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한 사단법인 이사로 재직하면서 생계비를 동시에 수령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B씨가 몸담은 사단법인은 2014~2021년까지 8년간 원주시로부터 4200여만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역시 해당 사단법인에서 2018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이사로 재직했다.
원공노는 지금까지 전공노가 두 사람에게 지급한 생계비 총액이 약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 국장은 “전공노는 두 사람이 퇴직한 뒤에도 매월 1인당 120만원의 생계비를 지급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전공노는 끝끝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지금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공노는 회계장부 공개와 관련된 증빙자료 제출을 끝까지 거부한 52개 노조 중 한 곳이다. 앞서 전공노는 지난 3일엔 고용부의 회계 관련 현장조사 시도를 거부했다.고용부는 노조법과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위반 등을 이유로 최대 6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문 국장은 “우리가 낸 조합비가 정당한 조합 활동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믿었던 조합원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내로남불로 일관하는 전공노의 입장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에 원공노는 수사기관을 통해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원공노는 2021년 8월 조합원 투표와 총회를 거쳐 민주노총 소속 전공노에서 탈퇴한 뒤 과거 지부사무실 서류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해직자 생계비와 관련한 부당 수급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3월엔 조합비가 민주노총 간부의 인건비로 빼돌려진 일명 ‘노조판 기생충’ 사건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는 노동개혁의 출발”이라며 “조합비 사용 내역을 은폐하는 노조에 역대 처음으로 과태료 부과와 현장 조사를 실시했으며, 세제 지원 배제 등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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