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는 개·고양이 10마리 중 3마리만 입양”…대구 유기동물 보호소 가보니[현장에서]

백경열 기자 2023. 5. 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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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동인동 한 동물병원 2층에 마련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지난 11일 병원 관계자가 유기견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 중구 동인동 한 동물병원 2층. 중구와 달성군 가창면에서 발견된 유기동물이 모이는 이 곳에는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연상시키는 10여개 좁은 상자 안에 유기견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각 보관함에는 품종과 성별, 공고번호와 기간이 적힌 안내표가 붙어 있었다. 지난 11일 유기견들은 보호소에 사람들이 들어서자 마구 짖어대기 시작했다.

이 곳 관계자는 얼마 전 마을 주민에 의해 구조된 유기견 앞에 사료 통을 내려놓았다. 몸을 뒤로 빼며 경계심을 보이던 하얀색 믹스견은 잠시 후 허겁지겁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보호소 관계자는 “(이 강아지는) 유기견 공고 기간이 끝났지만 아직 입양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보살피고 있다”면서 “(버림받은 기억 때문에) 유기동물 대부분이 사람들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유기동물 10마리 가운데 새로운 주인을 찾은 경우는 약 3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입양률은 더 떨어졌다.

16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유기동물이 입양된 비율은 29.8%로 2021년에 비해 5.9%포인트 감소했다. 총 11만3595마리 중 3만3865마리(개 2만3228마리·고양이 9767마리·기타 870마리)만 다시 보살핌을 받게된 것이다. 이중 대구는 37.1%(4321마리 중 1604마리 입양)로 17개 시·도 가운데 입양률이 가장 높았다.

유기동물의 주인을 찾기 위한 공고가 이뤄지는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의 모습. 발견 일시와 장소, 품종 등의 정보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 갈무리

입양률 감소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시민들이 유기동물 보호소 방문 자체를 꺼렸기 때문으로 대구시는 보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대면 접촉을 줄여서다. 코로나19 초기 개나 고양이가 질병을 퍼뜨릴 수 있다는 말이 나돈 것도 입양률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구 지역에는 유기동물보호협회 1곳과 대구수의사회 소속 동물병원 21곳에서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떠돌아다니는 개와 고양이 등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구조한 뒤 이들 보호소로 옮겨진다.

유기동물들은 이후 온라인(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통해 7일 이상 공고를 주인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 제 집을 찾아가지 못할 경우에는 유기동물의 소유권이 해당 기초단체장에게 넘어간다. 이 때는 통상 동물보호소로 관리 권한을 위임하게 된다.

보호소는 새 주인을 찾아 입양(분양)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보관장소와 예산 부족과 같은 문제로 안락사된다. 입양에 성공하더라도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보호소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구시는 최근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시민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원 중인 중성화수술·심장사상충 진단 또는 종합백신 접종비, 광견병 예방접종비 등이 대표적이다. 유기동물 입양 후 6개월 이내에 신청하면 혜택을 받는다. 올해부터는 파향을 막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입양 전 교육을 받아야 지원비를 지급한다.

입양 전 확인사항이나 기본 습성 이해, 입양 후 동물 보살피기, 올바른 소통방법 등의 교육도 이뤄진다. 대구시는 올해 유기견을 입양한 시민 215명에게 질병·상해 치료비 등을 보장하는 펫보험 가입도 지원하고 있다.

최동학 수의사는 “대중매체 등에서 귀엽고 사람을 잘 따르는 모습만 보고 유기동물을 입양했다가 파양하는 경우가 있다”며 “유기동물은 원래 주인에게 버림받은 터라 경계가 심할 수밖에 없다. 입양자가 2~3주 정도만 잘 돌보면 대부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의사는 “(동물을) 버리는 사람도 문제지만 유기동물을 목격한 시민이나 입양 희망자들도 이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성숙한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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