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딸의 눈물.. 병원에서 마스크 쓰는 이유
"잠시 (요양병원에) 모신다는 게... 너무 후회됩니다."
50대 여성 A씨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별세가 지금도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뇌졸중(뇌경색)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했던 아버지는 지난달 "저희 부부가 바쁘니 잠시만 요양병원에 계시라"는 딸의 '권유'를 말없이 받아들였다. 외동딸인 A씨는 아버지를 자택 근처로 모셔 시중을 들었으나 최근 맞벌이 일이 많아져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아버지도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80대 중반의 아버지는 지난 2월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해 이론적으로는 면역력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폐렴이 문제였다. 코로나는 이겼지만 폐렴에는 거의 손을 쓰지 못했다. 불과 사흘 전 면회 때만 해도 괜찮았던 아버지는 폐렴이 악화되어 갑자기 사망했다. A씨는 "제가 직접 모셔야 했는데... 내가 불효를 했다"고 울먹였다. 아버지가 요양병원 입원을 안 했으면 더 살 수 있었다는 자책이었다.
폐렴은 '병원 획득 폐렴'이란 질병 이름이 있을 정도로 병원 내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병원 밖에서 생기는 '지역사회 획득 폐렴'과 균이 크게 다르다. 낙상 사고로 입원했던 노약자들도 최종 사망원인은 폐렴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사라져도 병원-요양병원-요양시설에 입원하는 노약자는 폐렴 발생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병원균이 기도를 통해 폐에 침투하거나 결핵처럼 공기 중에 떠다니는 균이 숨을 쉴 때 폐로 들어올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폐렴은 국내 사망원인 3위(2020년)다. 암과 뇌혈관 질환은 치료법이 좋아지면서 사망률이 감소 추세이지만 폐렴 사망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70세 이상의 노년층 환자의 폐렴 사망률이 매년 급속히 늘고 있다. 노인 사망원인 1위가 바로 폐렴이다. 기대수명의 증가로 폐렴에 의한 고령층 사망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기와 폐렴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폐렴은 발생 초기 증상이 가벼울 경우 감기와 구별이 어려울 수 있다. 감기는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부 호흡기계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급성 질환이다. 인후통, 콧물, 코막힘, 기침, 두통, 미열 등이 나타나지만 대부분은 증상이 가볍고,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일주일 이내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성인은 감기로 인해 섭씨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폐렴을 의심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기침, 가래 등 호흡기 증상과 함께 고열이 나거나, 증상이 생긴 후 며칠 안에 낫지 않고 가래가 노랗게 진해지거나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새로 생기면 폐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인의 폐렴은 열이 없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호흡기 증상 대신 식욕 부진, 기력 저하, 낙상 등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폐렴구균 예방접종과 독감 예방접종은 폐렴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을 위해 폐렴구균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독감 예방접종은 생후 6개월 이상~만 13세, 임산부,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만 100% 예방 효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노약자가 폐렴 증상을 보이는 경우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6월부터 대형병원을 제외한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코로나19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도 5일 권고로 전환되는 등 3년 4개월간 이어진 코로나19 위기 '심각' 단계가 끝나는 것이다. 방역조치가 대부분 사라지고 사실상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으로 고생했던 일부 사람들은 "모든 병원에서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며 성급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병원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여름쯤이면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아픈 사람이 많은 병원은 감염 위험이 높은 곳이다. 호흡기질환 병동 뿐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진 다른 환자도 폐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면회를 제한하는 것은 환자뿐만 아니라 외부 방문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사라져도 폐렴 감염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노인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폐는 호흡을 위해 존재하고 늘 공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균이 침입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 중 유독 폐에 감염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마스크가 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폐렴에 걸려도 증상이 약하면 환자가 감염 사실을 모를 수 있다. 이 경우 면역력이 약해진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져도 병원-요양병원-요양시설 등에서 폐렴 위험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대형병원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도 마스크를 계속 쓸 작정이다. 나 뿐만 아니라 가족, 지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병원에서 나도 모르게 폐렴을 옮겨와 할머니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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