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부동항 사용권 선물 받은 中…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할 수 있을까
리후이 특사, 우크라 시작으로 폴란드, 프랑스, 독일과 협의 후 러시아 방문
中 중재안, 우크라 영토 회복과 거리… 러시아에 선물까지 받아 중재 효과 미지수
중국이 러시아에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빼앗긴지 163년 만에 사용권 재확보하는 등 중·러 연대가 한층 강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본격적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외교에 나섰다.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 4일 홈페이지에 ‘2023년 제44호 공고’에서 “지린성 국내 무역 화물의 국경간 운송 업무 범위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경유 항구’로 새로 추가한다. 동북 노후공업 기지 진흥과 해외 항구를 이용해 국내 무역 상품의 운송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바다가 없는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은 그동안 지하자원과 곡물 등 물자를 남방으로 운송하기 위해 다롄 등 랴오닝성의 항구를 이용했으나 거리가 1000㎞에 달해 운송비 부담이 컸다.
반면, 블라디보스토크항은 러시아 접경인 헤이룽장성 수이펀허나 지린성 훈춘 통상구에서 200㎞ 이내 거리에 있어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지난 3월 양국 정상의 공동 성명에서 강조한 ‘국경 간 물류 및 운송 촉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과거 청나라 때까지 지린성에 속했던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가 1858년 청나라와 영토 분쟁에서 승리한 뒤 1860년 중국과 러시아 간 국경을 정한 베이징 조약에 따라 러시아에 편입됐다. 163년 동안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은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내륙 화물 교역항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중국은 과거 북한의 나진항을 자국 동북지역의 해상 출구로 삼으려고 했지만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그에 따른 유엔 제재,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북중 국경 폐쇄 등으로 나진항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중국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 사용에 대해 중·러간 관계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매체는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중국에서 국내 무역의 중계항으로 사용되는 유일한 외국 항구가 아니고 2007년부터 보스토치니항, 나홋카항과 함께 시범 운영을 해왔다”며 “양국 관계가 꾸준히 진전되면서 극동지역 러시아 최대 항구 블라디보스토크항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서방 언론이 중·러 협력을 보면 반사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과 연관시키는데 금세기 초부터 아시아·태평양 경제의 급속한 발전은 러시아가 새로운 극동 개발 전략을 추진토록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외교를 위한 중국 특사격인 리후이(李輝)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가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5개국 순방을 시작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방문 순서로 미뤄 리 특별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 청취한 그들의 요구와 견해를 토대로 폴란드,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들과 협의한 뒤 마지막으로 러시아에 안을 제시하고 답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리 특별대표는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주러 대사를 역임한 중량급 외교관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달 2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재 외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지난 2월 발표한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최대한 빨리 직접 대화를 재개하고, 점차적으로 정세를 완화해 최종적으로 전면 휴전에 도달하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며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핵전쟁은 해서는 안 된다.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에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권한 위임을 거치지 않은 모든 형태의 독자 제재에 반대한다”고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견제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주장하는 영토의 완전 회복과는 동떨어져 있어 중재 역할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큰 상황이다.
더구나 러시아로부터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이란 선물을 받은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전쟁 개시후 러시아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길 거부하며 러시아와의 전략 협력을 지속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이 갖고 있는 불신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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