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아은 "전우원의 사과, 국민정서라는 강에 새 미생물 들어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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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건 국가 존재 의미 자체에 의문을 던진 사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작가는 가장 이른 시점에 시선을 뜨겁게 만드는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책도 전우원씨가 한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원인 분석을 먼저 하고 국민들이 각성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그간 전두환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이 영역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앞으로 이런 연구는 더 많이 이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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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전두환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건 국가 존재 의미 자체에 의문을 던진 사건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정아은(48)이 최근 신간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통해 전임 대통령 전두환에 주목했다.
1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출간 기자간담회를 가진 정 작가는 "처음엔 전임 대통령 중 두 군인인 전두환과 노태우, 두 변호사인 노무현과 문재인에 대해 두 권짜리 책을 쓰려고 했다"며 "역사에 관심이 있어 대하소설을 쓰기 전 연습 삼아 이런 책을 써보려고 했는데 2021년 전두환의 사망 후 사회적 풍경이 너무나 인상적이라 이번 책을 완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1년 11월23일 전두환의 사망 소식에 사람들이 대단히 슬퍼하고 아쉬워했어요. 그런데 그 슬퍼하는 기운이 일반적으로 죽음 앞에 서면 느끼는 슬픔이나 숙연함이 아니라 이분이 공동체의 형벌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슬픔이더라고요. 이상한 슬픔이었어요. 그 풍경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이렇게 죽음 앞에서 아쉬워할 거라면 살아있었던 지난 33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책은 "왜 단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장편소설 '모던하트'를 통해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잠실동 사람들' 등 그건 여러 소설을 써온 소설가 정아은은 이번 책에서는 문학이 아닌 비문학을 택했다. 그는 "왜 우리 사회가 단죄하지 못했는지, 왜 끝까지 그는 사죄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쓰기 위해서는 비소설이 더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책을 통해 전두환이 왜 악인이 됐고, 악인으로 살았으며, 악인으로 죽었는지에 대해 파고든다. 1988년 퇴임 후 33년의 생애와 그를 둘러싼 환경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취재와 연구를 한 정 작가는 "여러 책을 찾아보며 느낀 건 전두환에 대해 출간된 책은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리더십에 대해 위대하다고 하는 책과 12·12사태와 5월 광주 등 그의 잘못을 말하는 책만 많고 더 큰 측면에서 볼 책이 없었다"며 "그렇다면 그런 책을 내가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정 작가는 우리 사회가 단죄의 시기를 놓친 계기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면 요구"를 언급했다. 그는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감옥에 보낸 것 자체도 법과 시스템보다는 대통령 한 사람의 동기에서 나왔고 사면도 김대중 당시 당선자가 영남과 호남의 화합을 명분으로 용서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뤄졌다"며 "법과 시스템이 아닌 너무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사면을 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손자 전우원씨의 사과 당시 계엄군에 있었던 이들의 양심고백에 대해 정 작가는 "다시 한번 사회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정 작가는 전우원씨의 사과에 대해 "법과 시스템적이 아닌 영혼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 정서라는 강에 새로운 미생물이 들어온 것과 같다"며 "이러한 미생물이 계속 번식하면 한국 사회가 이 미생물이 있는 물을 마시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신군부 세력에 있던 자산가들과 그 후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가장 이른 시점에 시선을 뜨겁게 만드는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책도 전우원씨가 한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원인 분석을 먼저 하고 국민들이 각성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그간 전두환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이 영역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이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앞으로 이런 연구는 더 많이 이뤄질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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