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보호' 무게 실은 유럽 플랫폼 규제…벤치마킹해야 할까

윤현성 기자 2023. 5. 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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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한국판 DSA 입법 국회 토론회…이용자 권리 보호 논의
"현행 국내법, 산발적이고 이용자 보호 부실…대전환해야"
정부 "현 기조는 '자율규제'…플랫폼 사업자 자정 노력 부탁"

[AP/뉴시스]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의 대표 주자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최근 유럽연합(EU)이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 등을 입법하며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크 패턴'과 같이 이용자를 교묘하게 속여 권리를 저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플랫폼 내 맞춤형 광고 등의 투명성을 높여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전담 법안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분산돼 있는 관련 내용들을 한 데 모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 권리 강화를 위한 한국판 DSA 입법 토론회'에서는 유럽이 앞장서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규제 및 이용자 권리 보호 방안을 국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디지털서비스법, 사업자-이용자 모두에 도움…디지털 플랫폼을 인간의 협력자로 만드는 것"

"韓 플랫폼 법, 분산돼 있어…"'이용자 보호' 무게 실어야"

[서울=뉴시스]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 권리 강화를 위한 한국판 DSA 입법 토론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광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인간과 인간 대신 인간과 기계가 이어지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디지털 서비스에 올라오는 정보를 우리가 다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정부에서 이를 규제해 공공의 이익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EU에서 마련한 DSA는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위한 기준 마련 ▲이용자 불편사항 처리 방안 ▲서비스 노출 기준 공개 ▲이용자 정보 등에 대한 접근권한 명확화 ▲맞춤형 광고로부터 이용자 보호 ▲아동 보호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이용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다크 패턴의 금지도 명문화했다.

또한 이같은 법 조항들이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현재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AI(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규율에 대한 규제 법안이 마련 중인데, 해당 법안은 이용자 권익 침해 우려 등이 있는 '고위험 알고리즘'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자들도 DSA 등을 통해 이같은 알고리즘 법안을 사전에 회피하고 보다 적절한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방적인 규제 목적이 아니라 시대 흐름에 맞춰가는 상호 협력적 법안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최근 챗GPT가 등장하면서 AI가 인간의 도구·파트너·라이벌 중 무엇이 될 지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DSA와 같은 법안의 목적은 이러한 AI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을 인간의 도구이자 협력자로서 만드는 내용을 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발제를 맡은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DSA와 같이 플랫폼 입점 사업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 초점을 둔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연구위원은 DSA와 현행 국내법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도 했다. DSA와 유사한 내용이 담긴 국내법은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전자상거래법 등이다.

DSA의 주요 내용인 불법콘텐츠 신고 및 조치와 관련된 내용은 정보통신망법, 추천시스템의 투명성과 다크패턴 금지 등에 대한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전자상거래법에 일부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들 법에는 한계가 있다.

정보통신망법은 이용자 보호 규정이 불법 콘텐츠에만 초점을 두고 있고, 전기통신사업법은 플랫폼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가 아닌 기간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가 중심이다. 전자상거래법 또한 서비스 '이용자'보다는 '소비자' 보호에 무게를 둔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법은 이용자 보호 내용이 상당히 부족하고, 기본적으로 사후 조치 성격이 강한만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에도 국내에서는 주로 P2B(플랫폼·입점업체) 규제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며 "하지만 P2C(플랫폼·소비자)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을 보장하는 것은 이용자 권익 제고 뿐만 아니라 공정 경쟁과 혁신 촉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플랫폼 규제 기조는 '자율규제'…韓 DSA 필요성 공감대 커지면 규제 확대 가능성도"

정부는 현재 정책 기조가 '플랫폼 자율 규제'에 맞춰져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신영규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아직 DSA 법안 조문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방통위 차원의 검토도 공식적으로 이뤄지진 않았다"면서도 "불공정행위·이용자 이익 침해 등의 문제가 지속 발생하는 게 아니라면 반드시 입법을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현 정부의 플랫폼 규제 정책 기조는 이미 정해져 있다. 정부는 역동적 혁신성장 지원 및 규제 완화 등을 제공하고, 민간은 혁신적 노력 촉진을 위해 자율규제를 하는 것"이라며 "이미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지원해 플랫폼자율규제 기구를 출범했고 사업자, 입점사업자, 소비자단체 등이 구체적 자율규제 방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정책 기조는 자율규제기구가 최대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직접 개입보다는 간접 지원을 통해 자율규제기구가 최대한 스스로 룰을 정하고 관리감독을 할 수 있게 하되, 그에 대한 책임도 확실히 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첨언했다.

다만 신 과장은 플랫폼자율규제기구가 운영됨에도 플랫폼 사업자들에 의한 시장 교란, 불공정거래 등의 행위가 반복된다면 보다 직접적인 정부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8월 플랫폼자율규제기구를 출범했으며, 최근 갑을, 소비자·이용자, 데이터·AI(인공지능), 혁신공유·거버넌스 등 4개 분과에서 마련한 자율규제 방안과 그간의 성과를 소개했다. 향후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용자들에게 인터넷 검색·추천 서비스의 노출 순서 결정 기준 등을 공개해 검색·추천서비스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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