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출몰 숲에도 텐트 쳤다” 美주민들 위험 무릅 쓴 노숙, 왜

김가연 기자 2023. 5. 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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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싯카 가문비나무./조선DB

미국 알래스카의 주민들이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야생 곰과 마주칠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 외곽의 숲 속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가디언은 “알래스카 숲에서 곰 1000마리와 함께 살기: 노숙자로 살기에 쉬운 곳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알래스카의 항구도시 싯카에서 이 같은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그 원인으로 주택 공급량 부족,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을 꼽았다.

싯카에는 19세기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을 때 세워진 역사적 건물이 남아있다. 이런 이유로 싯카는 미국에서 가장 그림 같은 마을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은 더 나빠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매체는 “지난 1년간 집값은 평균 8% 올랐다”고 했다. 부동산 중개업자 케리 오툴은 “지역사회에서 이용 가능한 장기 임대 주택과 저렴한 주택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라고 했다.

매주 노숙자들의 빨래를 돕는다는 한 봉사자도 “모든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섬에 머물기를 원한다”며 “그건 곧 돈 많은 이들만 지붕 있는 집을 살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싯카는 (부유층의) 별장용 지역이 되어가고 있다”며 “그래서 부동산 값이 치솟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벼랑 끝에 서있는 것 같은 상황이라면 (거리의 생활로) 더 쉽게 밀려날 수 있다”며 “게다가 야생 곰의 출몰도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알래스카 싯카 인근의 노숙자들은 특별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이곳에는 약 1050마리의 불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이 지나가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야생 곰들은 해변으로 향한다”며 “곰은 음식 냄새에 쉽게 이끌리는데, 이 때문에 노숙자들이 곰과 마주칠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싯카 노숙자 연합(SHC)에 따르면, 현재 숲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수는 약 20명 정도로 추정된다.

매체는 강가에서 나일론 텐트를 치고 살아가는 제이콥 캐롤의 사례를 소개했다. 캐롤은 여러 번 야생곰과 마주친 적이 있다며 “한 번은 밤에 어린 곰을 만났다. 곰의 눈은 오렌지색으로 빛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숲에서 노숙자로 생활하려면 각오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SHC는 노숙자들을 위한 안전한 쉼터를 마련하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SHC의 책임자인 앤드루 힌튼은 “곰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전기 울타리 등을 함께 설치할 것”이라며 “보호소에서 잠들 때만큼은 이들이 안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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