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비만 때문에"…美, 학교 급식서 초코우유 퇴출 검토

2010년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학교에서 학생이 급식을 받고 있다. 식판 위에 초코우유와 빵 사과 등이 올라간 모습./AFPBBNews=뉴스1

미국 정부가 학교에서 초코우유와 딸기우유처럼 향이 첨가된 우유를 제공하지 못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너무 많은 당 때문에 학생들의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학교 급식에 대한 새 기준을 마련하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초코우유, 딸기우유 등 가향 우유 제공을 금지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향 우유 금지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버드 공중보건 대학원의 에리카 로렌 케니 영양학과 교수는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가향 우유에는 설탕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섭취를 제한하는 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2021년엔 학교 급식에서 당이 가장 많이 들어간 음식은 가향 우유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이들이 단 음료에 익숙해지면 비만 등 질병이 늘어날 뿐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건강에 좋지 않은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터프츠대학교의 에린 헤네시 영양학과 교수는 "미각과 식습관은 어릴 때 형성돼 평생 유지된다"면서 "이 시기에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가향 우유 선택권이 없다면 흰 우유 섭취가 장기적으로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2017년 뉴잉글랜드의 한 소규모 학군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가향 우유를 금지한 뒤 흰 우유를 선택한 학생은 초기에 52%에 불과했지만 2년 뒤엔 72%까지 늘었다.

그러나 낙농업계나 납품업체들은 가향 우유 금지에 반발하면서 지금처럼 계속 제공돼야 한다고 맞선다. 학교에 우유를 납품하는 가공업체들은 8온스(약 226ml) 우유 한 팩에 설탕을 10g 미만으로 제한하는 안에 합의했다면서 당을 줄이는 방안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가향 우유를 금지하면 학생들이 아예 우유를 마시지 않아 칼슘이나 단백질 같은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콜로라도주 리틀턴공립학교의 제시카 굴드 영양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초코 우유 조달에 문제를 겪으면서 우유 소비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며 "흰 우유만 먹으라고 하면 상당수 학생은 아예 우유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무부의 신디 롱 식품영양국장은 "가향 우유는 최선의 방법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우리는 아이들이 우유를 섭취하도록 장려하는 동시에 당류 섭취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무부는 내년 상반기 안에 가향 우유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농무부 결정은 정부의 학교 급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 약 3000만명과 연간 약 20억달러 규모의 급식 우유 납품업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